손경식 회장 박 전 대통령 재판 증인 출석…“극장 공익광고에는 칭찬”

손경식 CJ 회장. (사진=뉴스1)

[미래경제 김대희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CJ그룹 인사에 부당한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과 관련해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손경식 CJ그룹 회장이 지난 8일 법정에서 증언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 증인으로 출석한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으로부터 이미경 부회장 사퇴는 VIP 뜻이라고 들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영화 ‘광해’ ‘변호인’ 등 제작에 투자한 CJ그룹에 대해 “좌파적 성향을 보인다”며 편향된 시각을 가졌다고 직접 지적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이날 열린 박 전 대통령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이 같이 밝혔다.

이날 법정에서는 손 회장이 2013년 7월 조 전 수석과 통화한 녹음파일이 공개됐다. 녹음파일에는 이 부회장이 퇴진하고 손 회장이 경영 일선에 나서라는 요구대로 빨리 시행하라는 뜻이 담긴 내용이었다. 당시 CJ는 이재현 회장 구속, 국세청 세무조사,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임원 탈세 의혹 등이 겹쳐 창립 이래 최고위기 상황이었다.

손 회장 진술에 따르면 조 전 수석에게 VIP 뜻이 맞냐고 거듭 확인하는 과정에서 통화내용을 녹음했다.

이에 박 전 대통령 측은 이 부회장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하라고 지시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참모들이 박 전 대통령의 생각을 넘겨짚어 충성한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손 회장에 앞서 증인으로 출석한 조 전 수석 역시 VIP 뜻이라는 이야기를 명시적으로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조 전 수석은 “손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에서 물러난 이유가 CJ 회장 취임을 위한 것 아니겠나. 이 부회장 2선 후퇴는 순차적으로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이재현 회장 구속 등) CJ 경영상황을 안다면 누구든지 그렇게 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전 대통령이 CJ 내부 사정을 알고 있었는지 묻는 검찰 질문에는 “알려고 하지 않았고 알 필요도 없다”고 답했다. 녹음파일에 대해서는 “녹음 사실을 알았다면 통화하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날 검찰이 공개한 조서에 따르면 손 회장은 당시 박 전 대통령이 “‘CJ 방송·영화가 정치적으로 편향됐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손 회장은 “CJ가 아니라 제작하는 사람 중 편향된 성향을 가진 사람이 있었는데 모두 정리했다, 저희는 ‘명량’ 같은 영화도 제작한다”고 말하자 박 전 대통령은 “CJ가 영화를 잘 만드는 소양이 있으니 방향을 바꿔 잘 해주면 나라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후 손 회장과 박 전 대통령은 2015년 7월 24일 청와대 안가에서 두 번째 독대를 가졌다.

손 회장은 “당시 대통령에게 ‘CJ 영화관에서 건전생활을 강조하는 공익광고를 하고 있다’고 하자 칭찬하셨다”며 “투자 목적으로 손자회사를 설립하는 경우 법적 장애가 많아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하자 ‘대한상의를 통해 건의해보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이런 내용은 당시 독대 이후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말을 전해들은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의 수첩에 그대로 언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에 따르면 안 전 수석의 수첩에는 CJ와 관련해 ‘영화관 공익광고’ ‘투자 조기집행’ ‘손자회사 설립’ 등의 내용이 적혔다.

당시 안 전 수석의 수첩에는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요청과 관련해 액수도 언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손 회장은 “당시 박 전 대통령은 금액에 대해선 전혀 거론한 바가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CJ는 이후 이사회 결의 없이 담당 임원 전결로 미르재단에 8억원, K스포츠재단 5억원 등 출연금 총 13억 원을 후원했다. 실제 지출은 해당 경영진이 최종 결정했다고 손 회장은 설명했다. 전경련에서 처음 요구한 25억 원은 실무진 논의 과정에서 13억 원으로 감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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