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희 금융팀 부장.
김대희 금융팀 부장.

[미래경제 김대희 기자] 그동안 ‘한국 증시의 저평가’ 소위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가운데 금융당국이 이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달 26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내놨다.

기업들의 자발적인 기업가치 제고 노력과 주주가치 존중 문화의 확산을 통해 한국 증시를 한 단계 도약시키겠다는 청사진을 내세운 의지였다.

하지만 기업들의 적극적인 호응과 장기적인 추진 동력 확보가 뒷받침 돼야 하는데 시장 참여를 유인할 세금 혜택에 대한 내용은 없어 ‘앙꼬’ 빠진 정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증시는 지난 십수년간 양적 성장을 거듭해 왔지만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지지부진한 주가 수준은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이 발표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이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친 데 따른 실망 매물이 출회되며 개인투자자들의 현금보유가 늘어난 영향으로 투자자예탁금 등 증시 대기자금이 불어났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은 지난달 28일 기준 54조8684억원으로 집계됐다. 일주일 전인 지난 22일(53조6264억원)과 비교해 1조2420억원 늘어난 금액이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 계좌에 맡겨두거나 주식을 팔고서 찾지 않은 돈으로 증시 진입을 준비하는 대기성 자금 중 하나다.

머니마켓펀드(MMF) 설정액은 지난달 28일 현재 200조8139억원으로 200조원을 뛰어넘었다. 같은 기간 3조7275억원 증가한 금액이다.

MMF는 만기가 짧은 국고채나 기업 어음(CP) 등 단기물에 주로 투자하는 상품으로 투자자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수익률을 얻으면서도 언제든 환매할 수 있어 대기성 자금으로 분류된다.

증시 대기 자금의 증가는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과 관련해 자율성에 맡긴 권고 형식으로는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고 시장에서 판단한 영향이 아닐까 한다.

정부가 발표한 방안에는 기업 가치 우수 기업에 자금이 유입될 수 있도록 관련 지수 및 상장지수펀드(ETF)를 연내 출시하고 상장사들이 스스로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을 세워 공시하도록 하는 방안 등이 담겼다.

특히 상장사의 기업 가치 제고 계획 공시는 자율적으로 준비된 기업부터 참여하며 다양한 세제 지원책을 인센티브로 제공한다는 계획이어서 기업들에 의무 조항을 주지 않고 시장 압력에 기댄 방식이다.

가장 핵심은 이번 정부 정책이 ‘일회성 주주환원’이나 ‘단기 테마’ 성격에 그치지 않고 장기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사다. 중장기적인 문화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광범위한 참여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기업 자율 이행 형식인 데 비해 인센티브가 너무 부족하다는 평가로 기업을 움직일 만한 확실한 방안이 없다는 점을 꼬집는다. 한국기업 특유의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내용이 담기지 않은 것도 한계로 지적됐다.

이에 코스피는 외국인 매수세는 이어졌으나 개인과 기관의 실망 매물로 내림세를 보이며 우려의 분위기를 나타냈다.

당국은 6월 중 기업들이 참고할 수 있는 밸류업 관련 공시 원칙·내용·방법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확정할 방침이지만 무엇보다 기대가 큰 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할 세금 혜택 등 방안을 먼저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제시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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