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경제팀 김석 기자.
산업경제팀 김석 기자.

[미래경제 김석 기자] 상식(常識)이란 말이 있다. 일반적으로 깊은 생각을 하지 않고서도 극히 자명하며 많은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지식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당신은 상식도 없냐?’라는 말은 아주 기본적인 지식도 갖추지 못한 사람을 비꼴 때 사용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상식을 넘는 이들을 본의 아니게 자주 접한다. 물론 최근에도 상식에 어긋난 행동으로 말미암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기업도 있다. 바로 파리바게뜨와 던킨도너츠로 유명한 SPC그룹이다.

지난달 15일 SPC 계열사 SPL 경기 평택 제빵공장에서는 20대 여성 A씨가 높이 1m가 넘는 배합기에 식자재를 넣어 샌드위치 소스를 만드는 작업을 하다, 상반신이 배합기 내부 기계에 끼이는 사고로 숨졌다.

그런데 SPL은 사망사고가 발생했음에도 곧바로 공장 가동을 중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사고로 인해 최소한 공장 전체는 아니더라도 사고 라인은 즉시 생산 작업을 중단하는 것이 상식인데 SPL은 상식을 모르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SPL은 동료가 사망한 것을 목격한 이들을 사고 현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고, 또 다시 업무를 하도록 하는 등 참으로 비윤리적인 행태를 일삼았다.

하지만 SPC의 비상식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SPC는 사망한 근로자의 장례식장에 사고 현장에서 만들어진 빵을 가져다 놓고, 장례식 장에서는 유족에게 '합의'를 종용하기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적 공분을 샀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해져서 였을까. 허영인 SPC 회장은 사고 발생 이틀이 경과한 후에야 비로소 성명을 통해 첫 사과를 하고, 그로부터 나흘이 지난 21일 직접 기자회견장에 나와 대국민 사과와 함께 산재사고 재발방지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허 회장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SPC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인 샤니에서는 한 근로자의 손가락이 잘려 나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는 SPL 평택공장에서 소스 배합기에 20대 여직원이 끼여 사망한 지 불가 8일 만이다.

해당 소식이 매스컴을 통해 일파만파 확산되자, 소비자들은 SPC를 상대로 불매운동에 돌입했다. 이로 인해 SPC그룹 회사의 매출은 급감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없어서 못 산다'는 포켓몬빵은 남아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경찰은 공장직원 등을 상대로 작업장과 작업자의 안전수칙 준수 여부와 사고를 당한 근로자의 과실 여부 등 구체적인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아울러 고용노동부 성남지청도 근로감독관을 현장에 파견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파악하고 있다.

향후 수사 결과는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다. 다만, SPC그룹이 비상식적인 행동에서 벗어나 전 국민이 애용하는 식품업체로 재도약할지 아니면 제2의 남양유업으로 남을지 선택의 기로에 섰다는 것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상식만 지켰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에 발 담근 SPC가 안타까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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