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경제팀 김석 기자.
산업경제팀 김석 기자.

[미래경제 김석 기자] 경제학 용어 중에 모럴 해저드(moral hazard)라는 말이 있다. 흔히 ‘도덕적 해이’로 사용되는 이 용어는 시장 또는 기업, 공공기관 등 조직에서 계약의 한쪽 당사자가 정보나 자기만 가진 유리한 조건을 이용해 다른 사람들을 희생시켜 이득을 취하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매스컴을 통해 접하게 되는 기업들의 그릇된 행태를 보면, 이는 마치 모럴 해저드의 정점에 도달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기업들의 그릇된 행태, 그것은 바로 직원들의 횡령 사건을 두고 하는 말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올해 초 발생한 오스템임플란트 직원의 수 천억대 횡령 사건이다.

지난 1월 오스템임플란트에서는 재무관리 직원 이 모씨가 회삿돈 2215억원을 빼돌려 개인 주식 투자 등에 사용하다가 적발됐다. 이 씨의 범죄 행각으로 인해 코스닥 상장사 오스템임플란트는 주식 거래가 정지되고, 상장 폐지 위기에 내몰렸다.

그러나 다행히도 한국거래소는 상장적격성 심사와 기업심사위원회 심의를 통해 오스템임플란트 상장유지를 결정, 지난달 28일 거래중지 110여일 만에 거래가 재개됐다.

뿐만 아니다. 우리은행에서도 지난 4월 내부감사에서 직원이 614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확인된데 이어 화장품 업체 아모레퍼시픽의 직원들은 회삿돈 수십억원을 횡령해 주식이나 가상화폐 등에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아모레퍼시픽은 횡령액이 공시 의무에 해당하는 규모가 아니라는 점을 들어 횡령 사실을 공시하지 않았고, 경찰에도 신고하지 않은 채 내부적으로 사태를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아모레퍼시픽은 논란이 일자 공식 입장을 통해 "앞으로 임직원들의 자율적인 영업 활동을 보장하면서도 불법 행위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구조적인 개선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화장품 업체 클리오도 예외는 아니었다. 동종업계에 따르면 클리오 직원 A씨는 지난해 초부터 올해 초까지 약 1년간 홈쇼핑 화장품 판매업체에서 받은 매출 일부를 개인 통장으로 입금하는 등 수법으로 약 19억원 가량을 횡령한 혐의로 최근 구속됐다.

A씨는 횡령액 대부분을 도박에 탕진해 추징 보전이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에도 서울 강동구청 공무원은 공금 115억원을 횡령해 주식 투자에 쓰다 적발됐고, 계양전기에서도 직원이 공금 245억원을 빼돌렸다가 들통나 구속됐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횡령 사건이 저마다 기업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횡령 사건을 주도한 직원들을 우선 당장 비난하고, 도덕성을 문제 삼기 전에 내부 감시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국회 역시 내부통제 기준을 위반한 임직원의 제재 및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법안을 마련해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한편 관리 소홀로 인한 피해를 개인 투자자들에게 전가하는 일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

그래야만 월례 행사(?)처럼 발생하고 있는 기업들의 횡령과 배임 등 일련의 모럴 해저드는 점차 사라질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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