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희 산업경제팀 차장.
김대희 산업경제팀 차장.

[미래경제 김대희 기자]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점점 벼랑 끝으로 내몰리며 생존위기까지 거론될 정도다. 온라인 쇼핑의 성장과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그야말로 최악의 사태를 맞고 있다.

결국 생존을 위한 결단을 내리기 시작했다. 롯데마트는 올해에만 부실 점포 16곳의 문을 닫을 예정이고 이마트도 지난해 서부산점 등 3개점을 폐점했다. 홈플러스는 3개 점포를 매각해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

이런 와중에도 정치권은 연이어 규제 법안을 준비 중이다. 골목상권과 소상공인을 보호한다는 명분에서 무차별로 유통관련 규제 법안을 내놓고 있다. 이미 19대와 20대 국회에서도 65건, 42건의 규제법안 개정안이 발의됐다. 21대에는 더욱 옥죄는 추세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 개원 시작이지만 유통 규제 관련 법안은 20여건에 달했다. 이 중 9개가 유통법 개정안으로 대부분 백화점, 복합쇼핑몰, 아웃렛, 면세점도 대형마트처럼 매월 2회 문을 닫게 하자는 내용이다.

추석과 설날은 반드시 의무 휴업일로 지정하자는 내용도 담겼다. 이 뿐 아니라 대기업으로부터 상품을 받는 상품 공급점이나 매출액 또는 자산총액 규모가 대규모 혹은 준대규모 점포에 준하는 기업, 프랜차이즈 체인사업도 영업시간 제한 등 법적 규제를 받는 조항도 담겨 있다.

이 경우 이케아, 다이소 등도 대형마트와 같은 규제를 받게 된다.

대규모 점포의 출점 제한 구역을 확대하고 일정 면적 이상의 복합쇼핑몰에 대해선 영업시간을 제한하자는 내용 등 대부분 이전 법안보다도 훨씬 규제 강도가 높아졌다.

복합쇼핑몰 규제 방안은 집권 여당의 1호 공약이었던 만큼 실현 가능성이 높다.

법안 발의는 기업과 그 구성원들에 있어 생존이 달린 중대한 문제다. 발의해놓고 보자는 식이 아닌 실효성이 있는 지 먼저 따져 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즉 누구를 위한, 현실, 현재 상황이 어떤지를 살펴봐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롯데월드몰 잠실점, 신세계 스타필드하남, 현대백화점 판교 등 주요 복합쇼핑몰 3사에 입점한 소상공인 사업자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소상공인 응답자 81.7%가 복합쇼핑몰 규제 강화에 반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형 쇼핑몰 입점업체 대부분이 중소상인이어서 규제 강화에 따른 영향을 직접 받기 때문이다. 중소상인을 보호한다며 내놓는 규제들이 오히려 중소상인을 죽이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대형마트가 무너지면 해당 마트 종사자는 물론 마트와 거래 관계를 맺고 있는 협력사까지 동반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은 왜 모를까. 지난해 마트 3사 기준 중소납품업체 수는 6800여개, 입점 소상공인 점포수는 6000여개에 달한다.

더욱이 온라인 유통이 급속하게 확대되면서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의 싸움이 아닌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대결로 흐름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을 규제하는 기존 방식은 이미 현실과 너무나도 멀어져 있다.

이 부분만 봐도 현실을 전혀 살피지 않은 무분별한 규제라는 답이 나온다. 과거 족쇄는 여전하면서 더 옥죄고 있다는 애기가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유통업계 관계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가장 위협적인 유통 업태로 대형마트를 꼽은 응답자는 17.5%에 그쳤고 온라인쇼핑은 43%에 달했다.

유통산업을 유통 대기업과 소상공인 간의 대결구도로 접근하는 과거의 논리는 이제 벗어나야한다. 한쪽을 보호한다고 한쪽만 규제하는 지금의 현실은 더 큰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

오히려 ‘다 같이 죽어라’라는 의미가 된 다는 점을 정치권은 꼭 명심하고 민심을 읽고 현실을 살피는 정치로 위기 극복에 힘을 보탰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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