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자 연합으로 지분 31.98% 확보…3월 주총 표대결 예고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의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사모펀드 KCGI(강성부펀드), 반도건설과 연합해 동생 조원태 회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3월 주총에서 남매간 분쟁이 본격화 될 전망이다. [CG=연합뉴스]

[미래경제 한우영 기자]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의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사모펀드 KCGI(강성부펀드), 반도건설과 연합해 "심각한 위기 상황이 현 경영진에 의해 개선될 수 없다"며 "3월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전문경영인제도 도입을 요구하겠다"는 입장문을 31일 발표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한진그룹의 남매간 경영권 분쟁이 본격적인 세력 대결 국면으로 확전하게 됐다.

조 전 부사장 등 3자는 한진칼 주식에 대한 공동보유계약을 체결했다고 이날 공시했다. 조 전 부사장(6.49%), KCGI(17.29%), 반도건설(8.2%)이 보유한 의결권 지분은 총 31.98%로, 조 회장(6.52%)과 특수관계인(4.15%)을 합친 것(10.67%)보다 훨씬 많다. 지난해 12월 조 전 부사장이 "(남동생인) 조 회장이 아버지(고 조양호 전 회장)의 공동 경영 유훈을 어겼다"며 경영권 분쟁을 촉발시킨 지 한 달여 만에 강력한 '반 조원태 연합군'을 결성한 것이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의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지분 5.31%)과 여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 델타항공(10%), 국민연금(4.11%) 등 또 다른 대주주들이 어느 편에 서느냐에 따라 한진그룹 경영권 향방이 달라지게 됐다. 주총에서 출석 주주 과반수 찬성을 얻지 못하면 조 회장은 연임에 실패하고 그룹 경영권까지 잃을 수 있다.

지난해 4월 조양호 회장 별세 후, 한진그룹 경영권은 안갯속에 휩싸였다. 회장직은 장남인 조원태 회장이 승계했지만, 조현아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 등을 둘러싸고 가족 간 갈등이 불거졌다. 이 과정에서 조 전 부사장과 반도건설은 물밑 접촉을 하며 '반(反)조원태 연합'을 구축해 왔다.

이들은 오는 3월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을 반대하고, 전문경영인제도를 도입하는 주주 제안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또, 각자가 추천하는 사내·사외이사 선임 안건도 제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 전 부사장 등은 이날 "우리 세 주주는 경영 일선에 나서지 않겠다"고도 했다. 업계에서는 조 전 부사장이 경영에 직접 참여하지 않겠다는 것을 분명히 해 여론전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으로 분석했다.

3자 연합군이 공식 출범함에 따라 조 회장은 힘겨운 경영권 방어 싸움을 벌여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3월 주총에서 조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연임 안건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40% 가까운 지분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조 회장의 확실한 한진칼 지분은 자신이 보유한 6.52%, 정석인하학원 등 특수관계인 4.15%로 10.67%에 불과하다.

대한항공의 오랜 협력사로 10% 지분을 가진 델타항공과 지난달 대한항공과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한진칼 지분 1%를 매입한 카카오를 우호 세력으로 간주해도 총 지분은 21.67%에 불과하다. 조 회장 입장에선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의 지지가 절실한 상황이다. 두 사람의 지분을 합하면 조 회장도 33.45% 지분을 확보하며, 3자 연합군을 앞서게 된다. 하지만, KCGI 등 반 조원태 진영에서도 델타항공 측과 계속 접촉하고 있고, 이 고문과 조 전무 역시 조 회장 편에 설 것이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진칼 지분 4.11%를 보유한 국민연금도 중요한 변수다. 조 회장이 최근 부정 편입학으로 학사 학위 취소 처분을 받은 것 등을 빌미로 조 회장 연임에 반대할 수 있는 명분이 생겼기 때문이다.

만약 이렇게 될 경우 고(故) 조양호 회장이 지난해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의 반대로 그룹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의 대표이사직을 잃은 것과 비슷한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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