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일가 화합·주주간 합종연횡에 그룹 경영권 향방 갈릴 듯

반도건설이 한진칼 지분확보의 목적을 경영참여로 밝히면서 한진그룹의 경영권 확보 셈법이 복잡해 졌다. [CG=연합뉴스]

[미래경제 한우영 기자] 한진그룹의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새로운 변수 등장하면서 오너일가의 경영권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앞서 한차례 내부 갈등이 노출되면서 총수 일가의 화합 여부와 주주 간 합종연횡에 따라 그룹 경영권의 향방이 갈릴 전망이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은 3월 말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3월로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연임건을 다룬다.

특히 반도건설이 10일 경영 참가를 선언하고 나서며 '캐스팅보트'로 급부상한 가운데 주총에서의 표대결을 앞둔 지분율 셈법은 한층 더 치열하고 복잡해졌다.

지난 10일 반도건설은 대호개발 등 3개 계열사를 통해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 주식 지분을 8.28% 보유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2개월간 한진칼 지분율을 꾸준히 늘려온 반도건설 측은 "한진그룹 경영권에 영향을 주는 행위는 하지 않을 것"이라며 단순 투자 차원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이날 대호개발은 지분 보유 목적을 '경영 참여'로 변경 공시하며 '임원의 선임·해임 또는 직무 정지 등 회사의 경영목적에 부합하도록 주주로서 관련 행위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진칼은 이사 선임·해임 안건을 일반 결의사항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에 출석 주주 과반의 찬성을 얻으면 안건이 통과된다.

주총 참석율이 77.18%였던 작년을 기준으로 따져보면 안건 통과를 위해 최소 38∼39%의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일단 조 회장 입장에서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최근 '반기'를 들고 나선 누나 조현아 전 대한항공부사장을 달래고 가족의 화합을 이끌어내 가족의 지분을 모두 확보하는 것이다.

이 경우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총수 일가의 지분은 28.84%로, 대한항공과 조인트 벤처(JV) 등 제휴를 맺은 '백기사' 델타항공(10.00%)의 지분을 더하면 이번에 '캐스팅보트'로 급부상한 반도건설과는 별개로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가 가능하다.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경영권 다툼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반도건설이 한진칼 경영에 참여하겠다고 선언했다. / 서울 강남구 반도건설 사무실.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가족 내에서 지분 이탈이 생기는 경우다.

만약 한진칼 지분 6.49%를 보유한 조 전 부사장이 우호세력에서 이탈하게 되면 조 회장 측 지분(특수 관계인 포함)은 22.45%로 줄어든다.

여기에 조 전 부사장뿐 아니라 '성탄절 소동'으로 갈등을 빚었던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5.31%)과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마저 이탈해 조 회장이 가족 내에서 고립무원의 처지에 놓일 경우 주주 간의 합종연횡이 경영권 향방을 가르게 된다.

이 경우 조 회장의 지분은 특수관계인 지분을 포함해도 10.67%에 불과하기 때문에 델타항공은 물론 반도건설(의결권 행사 유효 기준 8.20%)의 지원까지 절실해진다. 두 주주가 조 회장의 손을 들어준다고 해도 지분율 합계가 28.87%에 불과해 추가 우호지분 확보가 필요하다.

여기에 국민연금이 지난달 말 기금운용위원회를 열어 '경영 참여 목적의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확정한 것도 조 회장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국민연금은 현재 한진칼 지분 4.11%를 보유하고 있다.

총수 일가 개개인의 보유 지분이 6% 안팎인데 비해 다른 주요 주주의 지분율이 높은 것도 조 회장 입장에서는 부담일 수 있다.

당장 총수 일가의 경영권을 끊임없이 위협해 온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는 17.29%까지 지분율을 끌어올린 상태다.

KCGI가 그동안 호텔사업 정리를 요구해 온 만큼 조 전 부사장과 손을 잡을 가능성이 낮기는 하지만 만약 조 전 부사장이 KCGI와 손을 잡고 반도건설까지 연대해 공동 전선을 구축할 경우 지분율 합계는 31.98%가 된다. 여기에 국민연금이나 외국인 주주 등이 가세할 경우 치열한 표대결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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