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연합회 조사, 최저임금 문제로 절반 이상 “직원 줄였다”

지난해 12월 정부 세종청사 앞에서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 철회를 촉구하는 소상공인들. (사진=소상공인연합회 제공)

[미래경제 김대희 기자] 소상공인들의 한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최근 중기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소상공인 10명 중 6명이 영업기간 5년을 채우지 못하고 문을 닫는 ‘창업 불황’이 지속되고 있지만 정부의 재기 지원 프로그램을 이용한 이들은 1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 후 데스밸리(죽음의계곡)를 건너지 못한 소상공인들이 정부의 재기 지원책을 알지 못하거나 의욕을 상실해 줄 폐업하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영업을 지속하더라도 최저임금 인상 등에 따른 부담이 날로 높아가는 실정이다. 소상공인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소상공인 10명 중 9명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에 부담을 느끼고 있으며 실제로 직원 수를 줄인 곳도 58.9%에 달했다. 근로시간을 줄이거나 폐업을 고려하는 소상공인도 65%를 넘겼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노란우산공제 가입 소상공인 5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폐업 소상공인 실태조사’ 결과 영업기간 5년 미만에 폐업한 비율이 58.5%에 달한 반면 정부의 재기·창업 지원책을 활용한 비율은 11.6%에 그쳤다.

폐업 비율을 영업 기간별로 살펴보면 ▲1년 미만 6.6% ▲1년 이상~3년 미만 30.9% ▲3년 이상~5년 미만 21% 등이었다. 5년 이상의 경우 ▲5년 이상~10년 미만 25.5% ▲10년 이상 영업 지속 16%였다.

폐업 사유는 ▲과당경쟁과 경기침체로 인한 매출 부진(60.9%)이 가장 많았고 뒤이어 ▲적성·건강·가족돌봄 등 개인적 이유(16.8%) ▲새로운 사업 아이템 발견(4.6%) 순이었다.

폐업 소상공인의 절반은 재창업의 꿈을 접었다. 폐업 이후 소상공인들은 ▲세명 중 한명 꼴(31.3%)로 ‘취업, 아르바이트 등 근로자로 종사 중’이라고 답했고 ▲계획 없음(16.4%) ▲취업 준비 중(7.6%)이라고 답한 이들도 있었다.

같은 업종으로 재창업에 성공한 경우는 28.3%, 재창업을 준비 중인 경우는 7.8%로 집계됐다.

창업 5년 이내에 폐업하거나 이후 재창업에 나서지 않는 소상공인이 이처럼 많았지만 정작 정부가 지원하는 재기·창업 지원책을 활용한 경우는 소수(11.6%)에 그쳤다.

정부는 폐업 소상공인을 위해 ▲희망리턴패키지 ▲재창업패키지 ▲재도전특별자금 ▲신사업창업사관학교 ▲소상공인 e러닝 등 지원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지만 소상공인 72.7%는 “지원책이 있는 줄 몰랐다”고 응답했다.

영업을 지속하고 있는 소상공인도 시름에 빠지긴 마찬가지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22일까지 전국 일반소상공인 703명과 소상공인 업종 종사 근로자 416명을 상대로 벌인 실태조사 결과 소상공인 87.6%가 인건비 부담을 느끼고 있으며 근로자 61.2%도 일자리 불안을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최근 2년 동안 직원을 줄인 소상공인은 절반(58.9%)을 넘어섰다. 직원이 줄어든 매장 중에는 ‘1명 감소’가 30.8%로 가장 많았다. 직원을 줄이지도 새로 뽑지도 않은 곳은 35.2%로 집계됐다.

소상공인 대부분은 근로자의 근로시간을 줄이거나 인력감축을 고려하고 심할 경우 1인 경영으로의 전환이나 폐업까지 염두에 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상공인의 최저임금 부담은 근로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됐다. ‘최저임금 인상 후 일자리에 대한 부담을 느낀다’고 답한 근로자는 61.2%에 달했다.

이에 따라 소상공인과 근로자의 상당수가 2020년 최저임금을 동결 또는 인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소상공인 사업주 70.1%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인하 또는 동결해야 한다고 답했다. 근로자의 49.7%도 인하 또는 동결을 택했다.

한편 중기중앙회는 지난 30일 서울 여의도 본관에서 ‘소상공인정책위원회’를 발족하고 제1차 회의를 개최했다. 위원회는 소상공인 관련 단체장, 학계, 연구계, 민간 전문가로 구성됐다.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은 “당면한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불공정한 사회 구조를 개선하고 동시에 소상공인들의 혁신과 성장 루트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도 “소상공인들은 어려운 경영 현실을 호소하며 오랫동안 투쟁도 불사했지만 여전히 ‘소상공인 기본법’ 하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중기중앙회와 힘과 지혜를 모아 다각적인 지원방안과 혁신을 위한 육성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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