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첫 국정감사가 어느새 반환점을 돌았다. 올해도 어김없이 각 상임위원회는 200여명의 기업인들을 대거 증인으로 채택,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이를 반영하듯 정부 정책을 검토하는 국정감사 자리는 오히려 기업인들에게 잘못을 따지고 호통 치는 기업감사로 변질되고 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기업인을 증인으로 가장 많이 부른 상임위는 정무위원회다. 정무위는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신종균 삼성전자 대표, 김경배 현대글로비스 사장, 손영철 아모레퍼시픽 대표 등 기업인 59명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했다.

국토위도 전경련 허창수 회장과 현대건설, 대우건설, 삼성물산 등의 고위 관계자 등 47명을 무더기로 불러냈다. 이석채 KT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등도 국감 증인 채택을 피해가지 못했다.

재계에서는 국회 상임위의 무분별한 기업인 증인 채택에 반발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그간 6개 주요 상임위가 증인으로 채택한 기업인·민간 단체 대표는 2011년 61명, 지난해 145명으로 점차 늘어나고 있다.

기업인들은 올해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기업인들은 1분 답변을 위해 하루 종일 대기하는 상황도 속출했다. 종일 기다리다 단 한마디만 답변하고 돌아간 기업인들도 있었다.

한국경총 이희범 회장은 “국감에 출석한 기업인들이 제대로 된 소명 기회도 갖지 못한 채 일방적인 정치 공세에 시달리다 국감장을 떠나는 현상도 여전하다”며 “올해 국정감사는 최악의 국정감사다”라고 말했다.

지난 15일 환노위 국감에 출석한 김규한 쌍용자동차 노조위원장은 “저희 스스로 노력하고 일해서 해고자들을 보듬을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는 것이 의원님들이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환노위 의원들에게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일부 정치인들은 기업 옥죄기식 국정감사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업인들을 과도하게 증인 소환에 몰두하는 것은 정책 감사의 취지가 훼손이 된다”며 “기업인 면박주기 감사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제 절반 남은 국정감사 기간 기업인 증인채택을 통한 정쟁도구로의 활용을 자제하고 정책감사라는 본연의 기능을 회복하길 바란다.

한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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