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 이변으로 꽁꽁 얼어붙은 지구. 살아남은 사람들을 태운 기차 한 대가 17년 째 끝없이 궤도를 달리고 있다. 빈민굴 같은 맨 뒤쪽의 꼬리 칸에 비해 호화로운 생활을 누리는 앞쪽 칸은 불평등한 현실을 보여준다.

이에 꼬리 칸의 젊은 지도자 커티스는 꼬리 칸을 해방시키고 마침내 기차 전체를 해방시키기 위해 절대 권력자 윌포드가 있는 맨 앞쪽 엔진 칸을 향해 전진한다.

80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하반기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오른 설국열차의 내용이다. 그런데 설국열차를 보면서 현대차 노조가 떠오르는 이유는 왜일까.

현대차 노사는 지난 5월부터 시작된 임단협부터 30일 제22차 본교섭에 이르기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노조 측은 사측에 요구안 수용을 주장하며 파업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흡사 설국열차의 꼬리 칸 사람들의 투쟁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현대차 노조의 투쟁은 그들과는 조금 다르다.

현대차에 따르면 현대차 직원의 평균 연봉은 9400만원으로 업계 최고 수준을 보장받고 있다. 현대차 근로자는 같은 업계의 쌍용차(1인당 5900만원, 근속연수 16.1년) 대비 59.3% 높은 임금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을 비꼬듯 일각에서는 현대차 노조를 두고 ‘귀족 노조’로 칭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대차 노조에게 1등 칸은 아직도 멀게만 느껴지는 것 같다.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기본급 13만498원(정기호봉승급분 제외) 인상을 비롯해 상여금 800% 지급,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총 75개 조항, 180여개 요구안을 제시한 상태다.

회사는 30일 치러진 본교섭에서 기본급 9만5000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에 성과급 350%+500만원, 목표달성장려금 300만원, 주간2교대제도 정착특별합의 50% 등 모두 400%+800만원을 제시했다.

하지만 노조 측 대표인 문용문 지부장은 “이번 제시안은 회사가 고민한 흔적이 보이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며 다음달 2일과 3일 4시간 부분파업을 결정했다.

최근 자동차 업계는 엔저를 앞세운 일본차를 포함해 수입차들의 공세가 점점 거세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는 올해 노조의 주말특근 거부와 최근 임단협 결렬에 따른 부분파업으로 인한 2조1000억원에 육박하는 생산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해 노조 파업으로 인한 피해(1조7000억원)를 넘어섰다.

파업으로 인한 피해는 결국 부메랑 처럼 자신들에게 돌아온다. 현대차 노조는 부디 1등 칸을 위한 투쟁을 멈춰야 할 시기가 언제인지를 깨닫길 바란다.

한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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