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모델 '로지', 올해 수입만 10억원 웃돌 것으로 추정돼
롯데홈쇼핑, 직접 가상모델 '루시' 개발해 적극 활용

LF의 영캐주얼 브랜드 '질바이질스튜어트'의 '레니백'은 지난 9월 로지와 함께한 1차 화보를 공개한 이후 출시 초반보다 3배 가까이 빠른 속도로 재고가 소진됐다. [사진=LF 제공] ⓜ
LF의 영캐주얼 브랜드 '질바이질스튜어트'의 '레니백'은 지난 9월 로지와 함께한 1차 화보를 공개한 이후 출시 초반보다 3배 가까이 빠른 속도로 재고가 소진됐다. [사진=LF 제공] ⓜ

[미래경제 김금영 기자] 최근 스타 스캔들로 몸살을 앓고 있는 유통업계의 관심이 가상인간 모델에 쏠리고 있다. 

스타들의 사생활과 인플루언서의 뒷광고 논란 등 리스크(위험)로부터 자유롭고, 온라인에 익숙한 1020세대를 공략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기업들이 잇따라 가상 모델과 협업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가상 인물이지만 실제 모델처럼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고 활동하는 점이 특징이다. 몸값 역시 톱스타들에 비해 낮은 반면 홍보 효과가 좋아 가성비가 좋다는 평가다.

최근 불거진 배우 김선호의 사생활 이슈는 유통업계까지 뒤흔들었다. 김선호를 모델로 기용하고 있던 업체에 소비자의 항의가 빗발친 것이다.

이에 도미노피자 등은 논란이 불거지자 바로 김선호가 참여한 광고 이미지를 지우는 등 조치에 들어갔다.

이 가운데 디스패치가 김선호와 그의 전 여자친구 A씨의 카톡 대화를 공개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김선호를 모델로 썼던 마스크 브랜드 '미마마스크'는 비공개로 돌렸던 광고 영상을 다시 공개했고, 캐논코리아 역시 김선호의 광고 영상을 재개, 유튜브 콘텐츠도 활성화했다.

김선호와 '아마존 와썹' 캠페인을 진행했던 11번가 역시 '십일절 페스티벌' 광고 영상을 다시 업로드하며 김선호 광고를 재개했다. 하지만 여전히 불편한 시선을 보내는 소비자도 있었다.

한 누리꾼이 11번가 고객센터에 김선호 영상 광고 재개에 불만을 제기하자 11번가 측은 "해당 광고는 이슈가 불거지기 전에 제작된 것으로 김선호가 공식 사과를 했다는 점 등을 토대로 광고를 재개하기로 했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아모레퍼시픽 헤라 '블랙쿠션'을 최애템으로 소개한 로지. [사진=로지 SNS]
아모레퍼시픽 헤라 '블랙쿠션'을 최애템으로 소개한 로지. [사진=로지 SNS]

공식 모델의 사생활 논란이 불거지면 이미지 타격이 기업에까지 이어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지난 4월에도 배우 서예지가 연인이었던 배우 김정현을 가스라이팅 한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서예지를 모델로 기용한 업체들이 일제히 광고를 내린 바 있다.

이에 유통업계에서는 대안책으로 가상인간 모델에 눈을 돌리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가상모델 '로지'가 있다.

순수 한글 이름으로 '오직 단 한 사람'이라는 뜻을 지닌 로지는 인공지능 기술로 만들어낸 가상 인플루언서다.

최근 신한라이프 광고에 출연해 화제가 된 로지는 개성 있는 패션과 자유분방하고 사교적인 성격의 캐릭터로,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만 10만명이 넘는다.

LF의 영캐쥬얼 브랜드 '질바이질스튜어트'도 로지를 가방 라인의 전속모델로 발탁했다. 

아모레퍼시픽도 로지를 '헤라' SNS 인플루언서로 삼고 협찬 광고를 진행 중이다. 헤라 블랙쿠션으로 메이크업을 한 사진을 올리거나, 로지와 함께 헤라의 '로즈 인퓨전 컬렉션' 틴트와 파우더매트를 선보이기도 했다.

실제 인플루언서가 쓴 듯한 게시글에는 댓글이 수백 개씩 달리는 등 소비자의 반응도 좋다. 

직접 가상모델을 개발한 곳도 있다. 롯데홈쇼핑은 지난 9월 자체 개발한 가상모델 '루시'를 소개하며 쇼호스트로 육성해 메타버스 사업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루시는 산업 디자인을 전공한 29세 모델이자 디자인 연구원이라는 설정이다. 루시는 실제 촬영한 이미지에 가상의 얼굴을 합성하는 방식으로, 피부의 솜털까지 표현 가능한 하이퍼리얼리즘 모델링을 활용해 탄생했다.

루시는 지난 2월부터 SNS에서 인플루언서로 활동해 왔으며, 현재 팔로워 5만여명을 보유하고 있다.

롯데홈쇼핑 가상 모델 '루시'. [사진=롯데홈쇼핑 제공] ⓜ
롯데홈쇼핑 가상 모델 '루시'. [사진=롯데홈쇼핑 제공] ⓜ

최근엔 롯데홈쇼핑의 5000억 원 규모의 초대형 쇼핑 행사 '광클절' 홍보 모델로도 활동했다.

롯데홈쇼핑은 '멈추지 않는 쇼핑, 루시 광클절에 빠지다' 콘셉트로 루시가 영화 '여인의 향기' OST음악에 맞춰 탱고 춤을 추는 30초 분량의 홍보 영상을 제작했고, 모바일 앱을 통해 '광클절&루시를 찾아라' 댓글 이벤트도 진행하는 등 루시를 적극 활용했다.

CJ온스타일이 론칭한 패션브랜드 '더엣지'는 지난 8월 가상 인플루언서 '루이'와 함께 컬래버를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루이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7명의 얼굴 데이터를 수집한 뒤 실제 인간의 모습에 가깝게 만들어진 가상 인물이다.

현재 '루이커버리'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구독자 수는 2만여 명으로, 노래 커버와 브이로그 등의 콘텐츠로 인기를 끌고 있다.

루이는 실제 사람처럼 더엣지 청청패션을 완벽하게 소화해냄과 동시에 가수 '이무진'의 신곡 '신호등'을 부르며 노래 실력도 자랑했다. CJ온스타일은 이 영상을 모바일앱 더엣지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게 했다.

CJ온스타일 측은 "루이와의 컬래버는 기존 쇼핑호스트가 상품 설명을 하며 제품을 선보이던 방식에서 벗어나 가상의 인물을 통해 패션에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결합한 새로운 시도"라며 "앞으로 버추얼 휴먼을 넘어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트렌디하고 스타일리시한 여성 패션 브랜드로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상 모델이 불러오는 효과는 현재까지 긍정적이다. 마틴골프, 쉐보레 전기차 등 광고 계약만 8건을 맺으며 광고계 블루칩으로 떠오른 로지의 올해 수입만 10억원을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CJ온스타일이 론칭한 패션브랜드 '더엣지'는 지난 8월 가상 인플루언서 '루이'와 함께 컬래버를 진행했다. [사진=CJ온스타일 제공]
CJ온스타일이 론칭한 패션브랜드 '더엣지'는 지난 8월 가상 인플루언서 '루이'와 함께 컬래버를 진행했다. [사진=CJ온스타일 제공]

최근 패션업계에 따르면 LF의 영캐주얼 브랜드 '질바이질스튜어트'의 '레니백'은 지난 9월 로지와 함께한 1차 화보를 공개한 이후 출시 초반보다 3배 가까이 빠른 속도로 재고가 소진됐다.

LF는 한 달새 두 차례 재생산에 들어갔으며, 3차 재주문(리오더) 물량도 이달 중순까지 판매율 90%를 달성하는 등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로지가 출연한 유튜브 광고 영상 조회수도 폭발적이다. 이달 기준 신한라이프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메시지를 담은 뮤직비디오는 유튜브 공개 3주 만에 1000만 뷰를 돌파했다. 

롯데홈쇼핑의 경우 루시의 홍보에 힘입어 광클절 행사 5일(10월 14~18일)동안 주문건 수 110만 건을 돌파했다.

모바일 이용자수와 평균 체류시간도 평월 대비 30% 이상 증가했다. 신규 고객도 행사 기간 동안 약 30% 이상 증가, 앱다운로드 수도 2배 이상 신장했다.

특히 루시의 홍보 영상은 200만 뷰를 기록하며 초반 흥행은 물론 다양한 고객층 확대에도 효과를 얻었다.

롯데홈쇼핑 측은 "최근 주목 받고 있는 가상모델 루시를 홍보 모델로 발탁해 행사 전부터 화제가 됐다"고 밝혔다.

업계는 가상 모델과의 협업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상모델의 경우 사생활 논란이 불거질 우려가 없고, 광고 촬영 비용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또 소비의 주력층인 MZ세대의 가상과 현실을 접목시킨 메타버스(가공, 추상을 의미하는 메타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의 합성어)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사업도 성장하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미국 시장조사 업체 비즈니스 인사이더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기업이 인플루언스에 쓰는 마케팅 비용은 2019년 80억달러(약 9조원)에서 내년 150억달러(약 17조원)로 2배 가량 늘어날 전망인데, 그 중 절반 가량은 가상 인플루언서가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가상모델의 성장세가 돋보이고 있다. 기존 스타의 역할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겠지만,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가상모델의 활동 범위가 더욱 확장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래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금영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