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하이마트·빙그레·GS리테일 등, 메타버스 마케팅에 집중
미래 메타버스 시장 성장 가능성 높게 전망돼
현실 세계와의 연결점이 아직 부실하다는 지적도

'동물의 숲' 게임에 마련된 '하이메이드 섬'의 모습. [사진=롯데하이마트 제공] ⓜ 
'동물의 숲' 게임에 마련된 '하이메이드 섬'의 모습. [사진=롯데하이마트 제공] ⓜ 

[미래경제 김금영 기자] 답답한 마스크의 제약도, 시간과 공간의 제약도 없다. 메타버스(metaverse) 속 이야기다. 최근 유통업계에서 메타버스 열풍이 강하게 불고 있다.

메타버스란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과 연동된 가상의 세계를 뜻한다.

특히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트렌드에 민감한  M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젊은 세대)가 메타버스에 열광하고 있다.

메타버스는 주로 AI(인공지능)와 AR(증강현실) 기술로 사용자와 닮은 아바타를 생성하고, 메타버스 속에서 실제 현실처럼 이용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유통업계는 편의점, 홈쇼핑 등 메타버스 매장을 마련하고, 여기에서 쇼호스트를 대신하는 가상모델이 등장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롯데하이마트는 지난 6월 인기 커뮤니케이션 게임인 '모여봐요 동물의 숲'에 자체브랜드(PB) '하이메이드(HIMADE) 섬'을 오픈해 눈길을 끌었다.

하이메이드 섬에 브랜드 포토존인 '하이메이드 폭포'를 중심으로 'PR존', '마을회관', '카페' 등 다양한 공간을 마련했다.

마을회관에는 게임 유저들과 소통하고 싶은 내용들을 공유하는 게시판이 있으며, 히든 미션 정보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밖에도 방문 유저들이 잠시 앉아 휴식을 취하고 하이메이드 정보를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카페, 캠핑존 등 다양한 공간을 마련했다. 자체 브랜드를 알리는 동시에 고객과의 소통까지 노린 전략이다.

빙그레의 대표 스낵 제품 꽃게랑이 새로운 마케팅 콘셉트 '끄랍칩스'의 한국진출 성과 발표를 겸한 랜선파티를 메타버스에서 진행했다. [사진=빙그레 제공] ⓜ
빙그레의 대표 스낵 제품 꽃게랑이 새로운 마케팅 콘셉트 '끄랍칩스'의 한국진출 성과 발표를 겸한 랜선파티를 메타버스에서 진행했다. [사진=빙그레 제공] ⓜ

빙그레도 자사 제품을 홍보하는 데 메타버스를 적극 활용했다. 빙그레의 대표 스낵 제품 꽃게랑이 새로운 마케팅 콘셉트 '끄랍칩스'의 한국진출 성과 발표를 겸한 랜선파티를 메타버스에서 지난 7월 진행한 것이다.

SK텔레콤이 지원하는 메타버스 서비스 플랫폼을 통해 성과보고 및 퀴즈 이벤트, 캐릭터 간 기념사진 촬영 등의 행사를 진행했다. 행사에는 게르과자 인터네셔널의 대표이사인 '게르과자 마시코프'의 캐릭터도 등장했다.

메타버스 마케팅은 긍정적인 효과를 냈다. 끄랍칩스 영상은 54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끄랍칩스를 유통하는 '게르과자 마시코프'의 인스타그램 계정은 5000명 이상의 팔로워를 기록했다. 

실제로 출시한 끄랍칩스 제품은 일평균 1만 5000개의 판매량을 보이며 소비자의 호응을 얻고 있다.

편의점도 메타버스 마케팅에 한창이다. 지난달엔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가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ZEPETO) 한강공원맵에 'CU제페토한강점'을 열었다.

점포 개점을 기념해 이건준 BGF리테일 대표 아바타와 김대욱 네이버제트 대표가 등장하는 영상을 공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루프탑에는 한강을 바라보면서 커피를 즐길 수 있도록 CU의 즉석원두커피인 GET커피 머신이 설치됐으며 카페처럼 테이블과 의자도 마련됐다. 

CU는 이 매장을 시작으로 제페토 내 인기 맵인 '교실'과 '지하철'에도 점포를 선보일 예정이다.

편의점 CU가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ZEPETO) 한강공원맵에 연 'CU제페토한강점'. [사진=BGF리테일 제공]
편의점 CU가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ZEPETO) 한강공원맵에 연 'CU제페토한강점'. [사진=BGF리테일 제공]

경쟁사인 GS리테일도 11월 메타버스의 원조격인 싸이월드에 쇼핑 채널을 단독 오픈할 예정이다.

지난 7월 GS리테일은 싸이월드제트와 온·오프라인과 메타버스 시너지 창출을 위해 ▲메타버스 플랫폼과 온·오프라인 유통망 연결 ▲컬래버레이션 상품 개발 및 기획 ▲공동 마케팅 전략 수립 및 실행 등을 골자로 한 업무 협약을 맺었다.

싸이월드에 조성된 편의점 GS25, 슈퍼마켓 GS더프레시, 홈쇼핑 GS샵에서 원하는 상품을 구매하고 퀵커머스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향후 라이브커머스 기능을 추가하고, GS리테일 전용 미니홈피도 개설할 방침이다.

신세계 계열 편의점인 이마트24와 롯데 계열 세븐일레븐 역시 메타버스 관련 사업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홈쇼핑도 앞다퉈 메타버스에 뛰어들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7월 가상피팅 서비스 '리얼피팅'을 출시해 1년간 누적 이용자 수 80만 명을 끌어모은 바 있다.

올 하반기엔 모바일 TV와 연계해 '메타버스 쇼핑 플랫폼'을 구축할 예정이다. 고객이 자신의 아바타를 통해 쇼호스트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쇼핑하도록 하는 게 서비스의 골자다. 

또 자체 개발한 가상 모델 '루시'를 '가상 쇼호스트'로 발전시키는 등 메타버스 사업을 확대한다.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9월 자체 전문 인력을 통해 실제 촬영한 이미지에 가상의 얼굴을 합성하는 방식으로 루시를 개발했다.

루시는 올해 2월부터 소셜미디어(SNS)에서 활동하며 현재 2만 1000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롯데홈쇼핑 가상 모델 '루시'. [사진=롯데홈쇼핑 제공] ⓜ
롯데홈쇼핑 가상 모델 '루시'. [사진=롯데홈쇼핑 제공] ⓜ

CJ온스타일도 쇼호스트대신 가상 인플루언서 루이와 함께 더엣지(The AtG) 브랜드와 컬래버를 진행한다.

기존에 쇼호스트가 상품을 설명하며 제품을 선보이던 방식에서 벗어나 가상의 인물을 통해 패션에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결합한 점이 특징이다.

이처럼 유통업계가 메타버스에 주목하는 이유는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면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게 된 현실과 달리, 가상 공간인 메타버스에선 고객과의 활발한 소통 및 마케팅 활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높은 성장 가능성으로 '제2의 유통 시장'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지난 7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주재한 하반기 롯데 VCM(Value Creation Meeting·옛 사장단회의)에서 그는 메타버스를 신성장 동력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는 전세계 메타버스 시장 규모가 지난해 460억 달러(약 54조 4410억원)에서 2025년엔 2800억 달러(331조 3800억원)로 6배 넘게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하지만 메타버스 개발이 초기 단계인만큼 아직 시스템의 제한 사항으로 인한 한계가 생각보다 많다는 지적도 있다.

또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현재는 브랜드 마케팅을 위해 기존 플랫폼에 시범적으로 입점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현실 세계와의 연결점이 아직 부실하고, 주요 고객층이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세대에 국한되고, 디지털 문맹인 노년층은 소외된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메타버스가 지닌 제약이 존재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유통업계는 그를 뛰어넘는 무한한 확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코로나19를 맞으며 이전처럼 오프라인 중심의 마케팅만으로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며 "미래 유통 시장에서 메타버스는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주요 마케팅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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