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백화점, 미술품 전시‧판매‧중매 안건 주총서 논의
현대백화점, 대규모 기획전으로 고객 관심 몰이
롯데백화점, 신진 작가 전시로 브랜드 이미지 제고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지난해 8월 리뉴얼을 통해 명품 매장 곳곳에 작품을 설치했다. [사진=김금영 기자] ⓜ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지난해 8월 리뉴얼을 통해 명품 매장 곳곳에 작품을 설치했다. [사진=김금영 기자] ⓜ

[미래경제 김금영 기자] 백화점 업계가 예술에 눈을 돌리고 있다. 매장 사이 곳곳에 작품을 설치해 상설전을 여는가 하면, 대규모 기획전을 열고, 신진작가를 위한 자리를 만들고 있다.

지난 24일 열린 신세계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요 안건 중 하나는 ‘미술품의 전시‧판매‧중매‧임대업 및 관련 컨설팅’이었다. 이는 지난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성과의 영향도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8월 강남점 3층을 새롭게 리뉴얼하면서 회화·사진·오브제·조각 작품 등 120여 점으로 채운 ‘아트 스페이스’를 오픈했다.

신세계갤러리가 직접 운영하는 이 공간은 전문 큐레이터가 상주하며 고객들에게 작품을 소개하고 구매까지 돕는 형태로 운영 중이다.

쇼핑을 하며 작품까지 감상할 수 있는 경험에 소비자의 관심이 늘었다. 기존 120여 점에서 한 달 만에 2배 이상 작품 수가 늘었고, 리뉴얼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 총 28점의 작품이 판매됐다.

명품과의 시너지 효과도 있었다. 강남점 리뉴얼 후 한 달 동안 명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7.1% 신장했다.

신세계백화점 측은 “이곳이 갤러리인지 백화점인지 헷갈릴 정도로 독특한 이 공간에서 쇼핑하는 것에 만족하는 고객이 많았다”며 “옷 하나를 사도 예술작품을 소비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는 반응도 있었다”고 밝혔다.

신세계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쇼핑 이상의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마련하는 데 집중한다. 그 콘텐츠의 중심으로 ‘예술’을 내세울 계획이다.

지난달 본점에서도 ‘블라섬 아트페어’ 전시를 마련했다. 신세계가 직영으로 기획한 본점 첫 아트페어로, 백남준, 이우환, 줄리안 오피 등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했다. 여기에 큐레이터가 고객을 위한 ‘공간맞춤형 아트 컨설팅’을 진행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11일까지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 160여 점을 전시하는 ‘판교 아트 뮤지엄’을 연다. [사진=현대백화점 제공] ⓜ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11일까지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 160여 점을 전시하는 ‘판교 아트 뮤지엄’을 연다. [사진=현대백화점 제공] ⓜ

신세계가 상설전을 주력으로 내세우고 있다면 현대백화점은 대규모 기획전을 매년 선보이고 있다. 지난달 12일 개막해 이달 11일까지 열리는 ‘판교 아트 뮤지엄’은 지난해 2월과 10월에 이어 세 번째로 마련된 자리다.

이 전시의 대표적인 특징은 규모다. 지난해 10월엔 200억 규모의 작품을 백화점 곳곳에 설치했다. 특히 유통업계가 일본 설치 미술가 쿠사마 야요이의 판화 작품을 판매한 적은 있지만, 원화를 판매하는 것은 처음이라, 미술계의 관심까지 받았다.

이번 전시 또한 1층 열린 광장과 10층 토파즈홀에 국내·외 작가 40여 명의 예술 작품 150여 점을 전시하고 판매를 진행한다. 해외 작가 쿠사마 야요이, 칸디다 회퍼를 비롯해 국내 화가 구본창, 정현숙 등 국내외 작가의 작품을 선보인다.

예술에 대한 현대백화점의 꾸준한 관심은 지난 2월 말 개장한 더현대 서울에서도 드러났다. 더현대 서울은 기존 매장 중심으로 이뤄지던 백화점의 구성 공식을 파괴한 형태로 주목받았는데, 6층에 200여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복합문화시설 ‘알트원’이 들어선 것이다.

현대백화점 김형종 사장은 “현대백화점그룹의 50년 유통 역량과 노하우를 활용한 파격적이고 혁신적인 콘텐츠를 선보여 더현대 서울을 대한민국 서울의 대표 라이프스타일 랜드마크로 키울 방침”이라고 말했다.

'에스 스토어'를 방문한 시민이 상품 제작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서울문화재단 제공] ⓜ
'에스 스토어'를 방문한 시민이 상품 제작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서울문화재단 제공] ⓜ

백화점 내 롯데갤러리를 두고 전문 기획전을 선보여 온 롯데백화점은 신진작가 양성에도 나서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서울문화재단과 손잡고 강남점에 ‘신당창작아케이드 아트마켓 에스 스토어’를 2일 열었다.

이 아트마켓은 공예·디자인 전문 레지던시인 신당창작아케이드와 롯데백화점 강남점이 지난해 8월 맺은 업무협약(MOU)의 결과다.

지난해 전 세계에 불어 닥친 코로나19로 대부분의 전시가 취소되면서 피해를 입은 예술가에게 직접적인 작품 판매를 통해 수익을 보장하며, 백화점 이용객은 수준 높은 공예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윈윈(Win-win) 구조를 만들었다. 

이를 위해 신당창작아케이드 개관 이래 12년 동안 함께한 260여 명의 전·현 입주작가를 대상으로 백화점에서 판매할 작품을 선정했다. 또 상품 포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작가들을 위해 쇼핑백과 스티커 제작 등의 포장 서비스도 일부 지원했다.

롯데백화점 강남점은 작가들의 작품이 고객에게 원활하게 판매될 수 있도록 4층에 아트마켓 ‘에스 스토어’를 조성했다. 또 유통수수료를 최소화함으로써 판매되는 모든 금액을 예술가들이 가져갈 수 있도록 지원한다. 

매장엔 예술가가 직접 만든 1만 원대의 액세서리부터 100만 원대의 가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물품이 구비됐다. 백화점 입장에서는 브랜드 이미지 제고 효과도 있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도 신진 작가를 지원하는 ‘예술해독제’전을 강남점에서 연 바 있다. 신당창작아케이드 입주작가인 ‘도파민 최작가’와 ‘정경우’ 작가의 팀 ‘키치팝’이 만든 대형 예술 작품 ‘KF-94 FACTORY’를 설치했다.

롯데백화점 측은 “백화점이 예술작품에 주목하는 이유는 단순한 쇼핑 공간을 넘어서 문화, 예술 전반에 대한 새로운 즐길 거리를 제공함으로써 고객에게 차별화된 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라며 “앞으로도 예술과 고객이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장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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