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구매 의사 96%
'상생' 가치 공감한 미닝아웃 현상 시선도

서울 이마트 용산점에서 고객들이 못난이 감자를 고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서울 이마트 용산점에서 고객들이 못난이 감자를 고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미래경제 김금영 기자] 지난해 4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의 협업이 SBS '맛남의 광장'에서 이뤄져 화제가 됐다. 이들을 만나게 한 주인공은 '못난이 왕고구마'다. 

품질엔 큰 문제가 없으나 흠집 등으로 소비자의 외면을 받던 못난이 왕고구마 300t을 신세계그룹 계열 이마트와 SSG닷컴, 이마트에브리데이가 확보해 자사 매장에서 저렴하게 판매했다. 못난이 왕고구마는 단기간 내 300t이 완판되는 성과를 이뤘다. 이에 앞서 이마트는 처치 곤란인 못난이 감자 30t을 매입해 사흘 만에 완판한 바 있다.

반짝 방송 효과에 그칠 줄 알았던 못난이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10일 서울·경기 지역에 사는 소비자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0.5%인 1210명이 '못난이 농산물을 사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이들 중 95.5%는 '못난이 농산물을 재구매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고, 못난이 농산물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 또한 5점 만점에 평균 3.71점으로 높은 편에 속했다.

못난이 농산물을 구매한 이유로는 '가격이 일반 농산물보다 저렴해서'가 46.4%로 가장 많았고 이어 '품질에 큰 차이가 없어서'(28.4%), '즙, 주스 등 외관이 중요하지 않은 요리를 위한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서'(14.2%) 등이 뒤를 이었다.

항목별로는 맛·식감과 가격이 각각 3.95점, 3.64점을 기록해 상대적으로 높았다. 반면 접근성(3.25점)과 외관(3.14점)에 대한 만족도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못난이 농산물 구매처(복수 응답)는 대형마트 42.3%, 재래시장 32.7%, 온라인 구매 28.8% 등 순으로 나타났다. 주로 구입하는 못난이 농산물의 종류는 과실류가 72.7%로 가장 많았고, 감자와 고구마 등 서류 51.7%, 채소류 39.8%으로 집계됐다.

못난이 농산물을 산 적이 있는 응답자 가운데 55.6%는 구매 활성화 방안으로 '접근성 확보'를 꼽았고, 17.3%는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못난이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꾸준한 관심은 상품의 만족도에도 있지만 소비를 통해 자신의 신념을 드러내는 미닝아웃 현상이 촉발한 결과라는 시선도 있다. '맛남의 광장' 방송은 국내 특산품 소비 촉진 및 농어촌민과의 상생을 주요 목적으로 뒀고, 여기서 특히 상생의 가치에 공감한 소비자의 행동력이 발휘됐다는 것이다.

기업 차원에서도 못난이 농산물 판매는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 제고 효과로 이어졌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브랜드평판 순위에서 이마트는 대형마트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마트 브랜드 참여지수는 102만 4552, 소통지수 51만 8217, 사회공헌지수 10만 6226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소비는 먹고살기 위한 행위가 중심을 이뤘다. 하지만 경제가 발전하면서 소비자들은 소비에 자신의 취향을 반영하기 시작했고,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소비로 정체성과 신념을 표현하기 시작했다"며 "이런 소비 패턴은 미래 시장에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소비자원은 "못난이 농산물에 대한 인식 개선과 소비 촉진을 위한 캠페인 등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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