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론 잔액 또 늘어 39조원 ‘역대 최다’…리볼빙은 줄어
보험계약대출 잔액 지난해 70조원 넘어 ‘역대 최대’

고금리와 고물가 등 서민 경제의 어려움이 지속되는 가운데 카드빚에 보험까지 해지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자료사진=연합뉴스] ⓜ
고금리와 고물가 등 서민 경제의 어려움이 지속되는 가운데 카드빚에 보험까지 해지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자료사진=연합뉴스] ⓜ

[미래경제 김대희 기자] 오래토록 지속되는 고금리와 고물가 여파로 서민 경제 어려움이 더욱 심화하는 가운데 카드빚도 못 갚고 보험까지 해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올해 초 중저신용자들의 자금 수요가 많아지면서 카드론 잔액도 늘어나는 추세에 3곳 이상의 금융사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 역시 갈수록 늘면서 서민들의 생활에도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달 카드론 잔액이 또 늘어 역대 최다를 경신한 가운데 리볼빙 고객 안내가 강화되면서 리볼빙 잔액은 줄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9개 카드사(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카드)의 지난달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39조4743억원으로 역대 최다였던 1월(39조2120억원)보다 2000억원 넘게 증가했다.

서민 경제가 어려워지는 가운데 저축은행 등 타업권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카드론 잔액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카드업계에서는 타업권에서 넘어온 대출 수요가 많은데 특히 지난달에는 설 명절이 있었던 만큼 자금 수요가 더욱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올해 2월 8개 카드사(NH농협카드 제외)의 카드론 평균 금리는 14.47%로 1월(14.625%)보다 소폭 내렸다. 카드론 평균 금리가 가장 높은 곳은 롯데카드(15.58%), 우리카드(14.87%), BC카드(14.79%) 등 순이다.

2월 말 결제성 리볼빙 이월잔액은 7조4907억원으로 1월 말(7조5152억원)보다 내려갔다.

업계에서는 최근 금융당국과 카드업계가 리볼빙에 대한 고객 안내를 강화하면서 리볼빙 이용이 감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불황형 대출’로 불리는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 잔액이 지난해 7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고 보험 해약 건수 역시 전년과 비교해 100만건 넘게 증가했다.

더불어민주당 오기형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생명보험사·손해보험사의 보험계약대출 잔액은 71조원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역대 최대 수준이다. 2022년 말(68조원)보다는 3조원, 2021년 말(65조8000억원)과 비교해서는 5조2000억원 증가했다.

보험계약대출은 보험사가 보험 해지 환급금 내에서 계약자에게 돈을 빌려주는 상품이다. 불경기에 자금줄이 막힌 보험 가입자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불황형 대출로 꼽힌다.

서울 시내 한 ATM 기계에 표시된 카드론 · 카드대출 문구. [사진=연합뉴스] ⓜ
서울 시내 한 ATM 기계에 표시된 카드론 · 카드대출 문구. [사진=연합뉴스] ⓜ

보유하고 있던 보험을 해약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생보사와 손보사 합계 보험 해약 건수는 2021년 1146만6000건에서 2022년 1165만4000건, 지난해 1292만2000건으로 꾸준히 늘었다.

특히 국내 보험사에서 대출받은 3명 중 1명은 3개 이상의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로 잠재부실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석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국내 보험사 대출채권의 잠재 위험 요인 점검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코리아크레딧뷰로(KCB) 데이터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차주 수 기준으로 보험사의 다중채무자 비중은 32.1%를 기록했다. 다중채무자는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사람으로 고금리에 부실 가능성이 큰 취약 차주로 분류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보험사 다중채무자 비중은 저축은행(38.3%), 카드사(33.7%)보다는 낮으나 은행(10.4%), 캐피탈(28.7%), 상호금융(14.8%)의 각각 3.1배, 1.1배, 2.2배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보험사 다중채무자의 경우 1인당 평균 대출잔액이 약 4300만원으로 제2금융권 중 상호금융(7500만원) 다음으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 그 외 업권의 다중채무 차주 평균 대출잔액은 은행 5100만원, 저축은행 2000만원, 캐피탈 1600만원, 카드사 1000만원 등이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다중채무자의 경우 상대적으로 부채의 규모가 크고 채무변제 등을 통한 신용 회복률이 낮아 부실 가능성뿐 아니라 연쇄 부실이 초래될 가능성 역시 크다”고 우려했다.

특히 보험업권의 경우 채무 불이행자의 신용 회복률이 38.1%로, 은행(43.8%), 상호금융(57.7%) 등에 비해 낮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보험사의 부실채권 금액은 8500억원, 자본총액은 168조원으로 집계됐다.

자본총액 대비 부실채권 비율은 0.5%로, 제2금융권(저축은행 40.93%, 상호금융 29.46%, 여신전문금융사 7.95%)뿐 아니라 은행(4.21%)보다도 낮았다.

2022년 금리가 가파르게 오른 뒤 지난해에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다중채무자 수는 역대 최대 수준으로 늘어났다. 다중채무자는 한 금융사에서 빌린 돈으로 다른 금융사에 이자를 갚는 경우가 잦아 고금리에 취약한 계층으로 꼽힌다.

한은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다중채무자 가계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작년 3분기 말 현재 국내 가계대출 다중채무자는 450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은이 자체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로 다중채무자는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차주를 말한다. 고금리에 가장 취약한 만큼 한은·금융당국의 집중 감시·관리 대상이다.

특히 450만명은 직전 분기(2023년 2분기 448명)보다 2만명 늘어난 역대 최다 기록이다. 또한 다중채무자가 전체 가계대출자(1983만명)에서 차지하는 비중(22.7%)도 사상 최대 수준이다.

다만 이들의 전체 대출 잔액(568조1000억원)과 1인당 평균 대출액(1억2625만원)은 2분기(572조4000억원·1억2785만원)와 비교해 3개월 사이 4조3000억원, 160만원 감소했다.

단순히 다중채무자 수만 늘어난 게 아니라 여러 지표상 이들의 상환 능력도 한계를 맞았다. 대출 한도와 높은 금리 등으로 추가 대출을 통한 돌려막기가 사실상 막혔기 때문이다.

한은은 지난해 말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취약 차주, 비은행금융기관의 가계대출 연체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등 취약 부문의 대출 건전성이 저하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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