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 1분기 합산 순이익 감소 전망
가계대출 조이기에 홍콩 ELS 대규모 손실 등

4대 금융지주(신한금융, KB금융, 우리금융, 하나금융)가 올해 금리 인하 전망에 홍콩ELS 손실까지 실적 악화요인으로 순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4대 금융지주(신한금융, KB금융, 우리금융, 하나금융)가 올해 금리 인하 전망에 홍콩ELS 손실까지 실적 악화요인으로 순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미래경제 김대희 기자] 그동안 고금리 등으로 인한 은행권의 ‘고실적’이 점차 감소세를 보일 전망이다. 금리 인하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아울러 금융당국이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의 대규모 손실에 대한 분쟁조정기준안을 내놓으면서 은행들의 배상에 따라 실적 악화 요인이 된다.

1조원을 크게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는 홍콩ELS와 순이자마진 감소 등으로 인한 실적 저하가 예상되면서 은행권은 지출을 최소화하며 긴축경영에 나서고 있다.

1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올해 1분기 합산 당기순이익 예상치는 4조5818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역대 최대였던 작년 1분기(4조9015억원)보다 6.5%(3197억원) 감소한 수치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지난해보다 순익이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KB금융의 순익은 지난해 1분기 1조4976억원에서 올해 1분기 1조4127억원으로 5.7%(849억원) 줄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도 1조3880억원에서 1조3606억원으로 2.0%(274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우리금융의 올 1분기 순이익은 전년 같은기간보다 각각 10.4%(1150억원), 10.1%(924억원) 줄어든 9872억원과 8213억원이 될 전망이다.

금융지주 순이익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은행의 핵심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기준금리가 지속적으로 동결되면서 작년 하반기부터 하락세를 나타냈다.

국민은행은 작년 2분기 1.85%이던 NIM이 4분기엔 1.83%로 떨어졌고 신한은행도 같은 기간 1.64%에서 1.62%로 하락했다. 하나·우리은행은 2022년 4분기 이후 네 분기 연속 NIM이 내려가는 등 수익성이 낮아졌다.

무엇보다 고금리로 인한 부실 대출 증가에 따른 충당금 적립도 큰 부담이 된다. 4대 금융이 회수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 대출 채권은 작년 말 기준 2조원에 육박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의 지난해 말 기준 추정손실은 총 1조966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22년 말의 1조3212억원에서 1년 사이에 48.8%나 뛰어올라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금융그룹별로 보면 KB금융의 추정손실 규모는 2022년 말 2123억원에서 지난해 말 3926억원으로 84.9%나 증가해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은 5759억원에서 7514억원으로 30.5% 증가했는데 액수로는 4대 금융그룹 가운데 규모가 가장 컸다.

하나금융은 2350억원에서 3430억원으로 46.0%, 우리금융은 2980억원에서 4790억원으로 60.7% 각각 늘어났다.

비상장회사인 농협금융은 그룹 연결 기준 추정손실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계열사인 농협은행 기준 추정손실은 1179억원에서 1335억원으로 13.2% 증가했다.

4대 금융그룹은 이미 지난해 대손충당금을 2022년보다 73.7%나 늘려 연간 총 8조9931억원 규모로 적립했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추가 충당금을 쌓아야 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 1월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이 피해 보상 등을 촉구하고 있다. [자료사진=연합뉴스] ⓜ
지난 1월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이 피해 보상 등을 촉구하고 있다. [자료사진=연합뉴스] ⓜ

특히 홍콩 ELS 배상 규모도 중요 쟁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의 H지수 ELS 판매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15조4000억원(24만3000계좌) 규모에 달한다.

분기별 만기는 1분기 3조3000억원(비중 21.3%), 2분기 5조4000억원(34.9%) 등 상반기에 과반(8조7000억원·56%)이 집중돼 있다. 이어 ▲3분기 2조8000억원(18.2%) ▲4분기 1조7000억원(10.7%) ▲내년 이후 2조3000억원(14.9%) 규모가 남았다.

은행에서는 1~2월 만기 도래액 1조9000억원 중 1조원(53%)의 손실을 기록했는데 현 지수 수준이 유지될 경우 예상되는 손실액은 상반기에만 4조원이 넘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배상계획을 확정하면 회계상 충당부채로 반영해 그만큼 순이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11일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홍콩 ELS 대규모 손실 사태와 관련해 “저도 (과거 신한금융 재직 당시) 사모펀드에 얽혀서 고생을 많이 했고 반성도 했다. 이후 금융소비자법도 도입됐는데 이런 사태가 다시 발생한 점 죄송스럽고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또한 금융당국이 발표한 ELS 관련 배상안에 대해서는 “이제 논의의 출발일 뿐이고 앞으로 전체 은행권의 공통 사안과 각 은행의 개별 사안을 바탕으로 당국·은행과 소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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