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경제팀 김석 기자.
산업경제팀 김석 기자.

[미래경제 김석 기자] 사회적 또는 국민적 관심이 높은 곳에는 으레 약방에 감초처럼 과세당국이 있다. 인천을 거점으로 이뤄진 희대의 전세사기와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라덕연 H 투자컨설팅업체 대표에 대한 주작조작 혐의 그리고 사교육 카르텔 문제의 정점에 있는 학원가 등이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우선, 국세청은 인천 지역을 중심으로 380억원대 전세사기를 벌인 혐의를 받는 건축업자 남모 씨와 함께 전세사기에 가담한 것으로 판단되는 이들을 상대로 강도 높은 세무조사에 착수, 진행하고 있다.

남 씨는 ‘인천 건축왕’으로 불리며 인천시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481채의 전세 보증금 388억원을 세입자들로부터 받아 가로챈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라덕연 대표에 대한 세무조사 또한 마찬가지다. 국세청은 지난 5월 중순께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요원들을 동원, 라 대표를 상대로 한 특별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서울국세청 조사4국은 불법적인 비자금 조성과 특정 탈루 혐의가 의심되는 개인이나 법인을 상대로 세무조사를 벌일 때 투입된다.

라 대표는 측근 변모씨, 안모씨 등과 미등록 투자자문사를 운영하면서 시세조종으로 2642억원 규모 범죄수익을 거두고 절반인 1321억원을 수수료 명목으로 빼돌렸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국세청의 행동반경은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에도 국세청은 메가스터디와 시대인재, 종로학원, 대성학원 등 국내 대형 학원을 상대로 특별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이번 조사 대상에는 학원 뿐만 아니라 수 십억대 연봉을 받고 있는 이른 바 일타강사들도 대거 포함된 것으로 파악됨에 따라 향후 조사결과에도 관심이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대형학원에 대한 세무조사 관심도는 일반 국민 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뜨거운 감자로 부각되고 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달 중순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초고난도 문항(킬러 문항) 출제와 이에 따른 사교육 카르텔 문제를 지적하기 무섭게 잇따라 정부기관이 두손 두 발 걷고 나섰기 때문이다.

실제로 교육부는 며칠 지나지 않아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신고센터를 개설한 반면 ‘경제 검찰’로 지칭되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도 입시학원들의 법 위반 행위가 있는지 면밀히 살펴보고 있는 중이다.

이와 함께 국세청도 대형학원을 정조준하고 나섰다는 의미는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세청의 수장인 김창기 국세청장은 지난 5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선 대형 입시학원과 이른바 ‘일타강사’를 겨냥한 국세청의 세무조사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꼈다.

당시 야당은 국세청이 윤석열 대통령의 ‘사교육 카르텔’ 조사 지시에 따라 세무조사라는 칼을 휘둘렀다고 비판하는 동시에 대형학원 세무조사 착수 여부를 물었지만, 김 청장은 “개별 사업자의 세무조사 여부에 대해서는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라며 긍정도 부인도 없는 애매한 답변만을 내 놓았다.

누가 보더라도 대형학원에 대한 세무조사는 엄연한 사실이고, 윤 대통령 발언 이후 착수된 것 또한 연관성이 전혀 없다고 보기 어려운데도 말이다. 물론 국세청은 국세기본법 제81조 규정을 염두하고, 개별 사업자에 대한 세무정보를 누설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항변한다.

문제 또는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국세청은 왜 현 정부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윤 대통령의 발언이 있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곧바로 조사국을 동원, 세무조사에 나섰다는 것이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르게 요즘 국세청 세무조사 배경을 보면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은 비단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 한 발 먼저 발빠르게 움직이는 국세청을 기대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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