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경제팀 김석 기자.
산업경제팀 김석 기자.

[미래경제 김석 기자] 우리나라 속담에 ‘(돈은) 개처럼 벌어서 정승같이 쓴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인 즉, 아무리 미천하고 험한 일로 돈을 벌더라도, 그 돈을 쓸 때는 뜻깊고 보람되게 써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속담처럼 그리 사는 사람도 많겠지만, 초심을 잃고 살아가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마치 개구리가 올챙이 적 생각을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최근 가요계에 눈에 띄는 곡이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엄밀히 말하자면, 과세당국의 시선을 끌었다는 말이 더 정확할 것이다. 래퍼 도끼(본명 이준경·32)는 지난 18일 오후 6시 새 싱글 앨범 ‘비하인드 더 신즈’를 발표했다. 앨범의 타이틀곡은 ‘체납’이다. 체납이란 세금 따위를 납부기한까지 내지 못해 밀린 상태를 말한다.

도끼는 해당 곡에서 “내가 실수한게 있다면 나 조차도 이게 처음일 뿐, 어제 갓 도착한 오늘과 여기도 겉을 보면 모든게 완벽해 보이던 화려한 삶에도 그늘은 지네 어디던 돈이 있든 없든 외로운 건 마찬가지, 돈 명예 뭐든 가진 외로운 이들 잔뜩 봤지”라고 언급했다. 또 다른 부분에서는 “머리에 든 거 없는 몰상식한 어린애’, ‘취급하기 전에 왜’, ‘무슨 이유인지 궁금해 하는 사람’, ‘단 한 명도 없지 여기에’”라는 등 세상을 향해 절규하는 목소리를 고스란히 담았다.

하지만 해당 곡을 접한 대중의 시선은 냉랭하다. 이는 최근 도끼 실명이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에 공개된 후 접한 곡이기 때문일 것이다. 앞서 국세청은 지난달 15일 도끼를 비롯해 2억원 이상 국세를 1년 넘게 체납한 고액·상습체납자 6940명의 명단 및 인적 사항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는데 당시 도끼는 세금 3억원을 1년 넘게 납부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도끼 외에도 배우 겸 가수 장근석의 어머니 전혜경(63)씨는 연예기획사 트리제이컴퍼니(현 봄봄) 대표로서 해외에서 얻은 소득 일부를 자신이나 타인 명의의 해외금융계좌로 이체해 빼돌리는 방식으로 세금 18억5500만원을 포탈해 명단에 오르는 불명예를 안았다. 하지만 전씨는 명단 공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세금과 벌금 등 45억원 전액을 납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돌아보면 전씨와 도끼는 과세당국 처분에 대해 각기 다른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씨는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더는 물러날 곳이 없다고 생각해 거액의 세금을 납부한 반면 도끼는 과세당국 처분에 대해 다소 불만이 가득한 것으로 보인다. 오죽하면 체납이라는 곡명을 발표했을까.

물론 체납이라는 곡명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과거 도끼의 돈자랑을 보면 자승자박(自繩自縛 : 자신이 만든 줄로 제 몸을 스스로 묶는다)이라고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일례로 도끼는 지난 2018년 방송과 SNS를 통해 초호화 저택과 고가의 명품 시계, 자동차 등을 여과 없이 뽐냈을 뿐만 아니라 모친이 20년 전 1000만원을 빌린 후 갚지 않았다는 의혹에 대해 해명하면서도 “못 받은 돈이 있다면 제가 드리겠다. 1000만원은 내 밥값이다”라고 말해 논란이 된 바 있다. 그리고 이듬해 국세청은 도끼 등 일부 연예인을 상대로 강도 높은 세무조사에 착수했고, 결과적으로 도끼 등 탈세 혐의가 짙은 이들에 대해 적지 않은 세금을 부과한 바 있다.

래퍼로서 명성을 얻고 있는 도끼가 ‘체납’이라는 곡을 통해 또다시 재기의 꿈을 이룰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대중의 시선이 차갑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어쩌면 자신의 과거를 반성하지 않고, 과세당국 처분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듯한 모습이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만일, 체납이 아닌 반성 또는 세금의 중요성을 알리는 내용을 담은 곡이었다면 지금처럼 대중의 시선은 차갑게 돌아서지 않았을 런지도 모른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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