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경제팀 김석 기자.
산업경제팀 김석 기자.

[미래경제 김석 기자] 고사에 보면 ‘호사유피 인사유명(虎死留皮 人死留名)’이라는 말이 있다. 즉,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듯이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길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이때 남는 이름은 존경을 한 몸에 받는 이름임은 두 말 할 것도 없다. 그런데 만일, 그 반대의 경우라면 어떨까. 다시 말해 존경받는 이름이 아닌 수치스러운 일에 거론되는 이름이라면 말이다.

예를 들면 성실하게 납부해야 할 세금을 고의 또는 실수로 납부하지 않고, 고액상습체납자로 등재된 이들이라면 아마도 당사자는 물론 지인들 조차도 극도의 수치심을 느낄 것이라고 본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힙합 가수 '도끼'로 유명한 이준경씨와 배우 장근석의 어머니 전혜경 트리제이컴퍼니 대표다. 이들은 공교롭게도 최근 국세청이 공개한 고액·상습체납자 6940명에 포함됐다.

뿐만 아니라 도끼와 트리제이컴퍼니 대표는 지난 2019년과 2020년께 서울지방국세청 조사2국으로부터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받은 이력이 있는데 이는 당시 세무조사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에 따르면 힙합 가수 '도끼'는 종합소득세 등 3억3200만원을 납부하지 않아 체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장근석의 어머니 전혜경 대표는 해외에서 얻은 법인 소득과 개인 소득 중 일부를 자기 명의나 타인 명의 해외 금융계좌로 이체해 은닉했다는 판결을 받아 징역 2년 6월(집행유예 4년), 벌금 30억원 판결을 받았다. 포탈세액은 종합소득세, 법인세 등 약 18억5500만원이다.

이들 이외에도 고액·상습체납 명단에 올라 부끄러운 이름이 되어버린 개인과 법인은 부지기수다. 실제로 체납액이 가장 많은 개인은 경기 안산에 거주하는 임태규씨다. 갬블링 및 베팅업에 종사하고 있는 그는 종합소득세 등 1700억원대의 세금을 내지 않아 개인 고액 체납자 전국 1위의 불명예를 안았다.

법인 중에서는 부가가치세 등 236억원을 체납한 백프로여행사가 첫 손에 꼽혔다. 국세청은 지난 2004년부터 매년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을 공개하고 있는데 이는 성실납세 의무 이행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액상습체납자 명단 공개 대상자는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 소득이 있는 곳에는 세금이 따르는 것이 당연한 일이고, 우리가 낸 세금은 삶을 보다 윤택하게 만들어 주는 원천이 된다는 것을 분명 알고 있을 텐데도 말이다.

우리 모두에게는 각자의 이름이 있다. 누군가 부여한 그 이름은 태어나 죽을 때까지 함께하고, 나아가 후대에 널리 기억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은 모두가 같을 것이다.

단언컨대, 부끄러운 이름으로 기억되길 바라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명단이 공개된 고액상습체납자들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세금을 납부하지 못해 고액상습체납자 명단에 공개된 것 보다 더 부끄러운 것은 누군가 당신들에게 부여한 그 이름은 이미 유명(有名)의 의미를 잃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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