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희 산업경제팀 차장.
김대희 산업경제팀 차장.

[미래경제 김대희 기자] 제20대 대통령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금융당국이 결국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만기·이자상환 유예 조치를 또 한번 연장하기로 했다.

이에 금융권 안팎에서는 그동안 우려됐던 잠재부실에 대한 걱정도 더욱 커지고 있다.

이달 말 종료예정이던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코로나19 대출과 관련한 만기·이자상환유예조치를 금융당국이 6개월 더 연장키로 했는데 2020년 4월 시행 이후 네 번째 연장이다.

정부는 지난 3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만기 연장·상환유예 조치를 내놨다.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대출 만기 연장,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를 모두 6개월 연장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추진하되 구체적인 방안은 금융권과 협의해 3월 중에 마련해 발표하기로 했다.

앞서 고승범 금융위원장도 ‘은행연합회 초청 은행장’ 간담회에서 현재 자영업자들이 당면한 어려움에 공감하고 여·야 합의에 따른 국회의 의견을 존중해 금융권과 적극 협의해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한차례 더 연장하고자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오미크론 폭증 등 코로나19 변이 대유행으로 중소기업·자영업자의 경영여건이 코로나19 이전수준을 여전히 회복하지 못했다는 이유가 크다.

금융위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피해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2020년 4월부터 ‘대출 원금상환 만기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 가이드라인’을 시행해 왔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면서 지금까지 3차례 연장됐고 이달 말 종료를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달 21일 국회에서 여·야합의로 ‘소상공인 및 방역 지원을 위한 추가경정 예산안’이 의결·확정, 금융위도 재연장을 결정하게 됐다.

당초 일각에서는 재연장이 불가피 하다면 잠재부실 누적 등 연장조치 장기화로 인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연장 기간을 3개월로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지만 당국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6개월 연장을 추진키로 했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오미크론 확산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 글로벌 변동성이 심화되고 금리인상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추후 종료시 더 큰 부실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에 은행들은 부실규모를 제대로 가늠하기 위해서 적어도 이자상환 유예 조치만큼은 정상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었다. 향후 유예 조치가 종료됐을 때 그간 쌓아놓은 빚 부담이 일시에 몰려 잠재부실이 쏟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272조2000억원에 달하는 대출에 적용됐으며 이중 만기 연장이 258조2000억원, 원금 유예가 13조8000억원, 이자 유예가 2354억원이다.

지난 2년간 자영업부채도 가계대출 증가율을 크게 앞질렀다. 2019년 말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자영업자 부채는 29.6% 늘어 같은 기간 가계대출 증가율인 15%를 크게 넘어섰다. 지난 3분기 기준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887조6000억원에 달한다.

은행권은 코로나19 대출 4차 연장이 결정되면서 올해도 대손충당금 적립 확대에 대한 고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한 현재 이 같은 땜질식 연장은 부실 규모와 가능성만 키워 차주들이 돈을 갚기 더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무엇보다 이 같은 문제점들을 해결해 나가기보다는 다음 정부에 그대로 ‘대출 폭탄’을 넘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코로나19 사태로 시작된 자영업자들의 경영위기 극복을 넘어 이제는 가려진 자영업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과 노력에 나서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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