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희 산업경제팀 차장.
김대희 산업경제팀 차장.

[미래경제 김대희 기자] 매번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들고 나오는 단골메뉴 중 하나인 ‘법정 최고금리’. 이번에도 어김없이 정치권에서 내년 대선을 앞두고 법정 최고금리 인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현재 법정 최고금리는 연 20%인데 이번에는 연 13~15% 수준으로 최고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근 코로나19 등 경제상황이 어려운 가운데 이자율을 낮추자는 취지는 좋지만 금융권에서는 오히려 서민들을 불법사채 시장으로 내몰 수도 있는 등 우려를 보여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여당을 중심으로 법정 최고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법안 발의가 잇따르면서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 등 14명은 이자제한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의 골자는 모든 금전 대차 계약서상의 이자제한을 연 15% 이내로 묶어 이 법을 확대 적용하는 것으로 대부업법상 연 20%인 최고금리를 15%로 낮추자는 게 핵심이다.

또 연 15%를 2배 초과하는 이자를 받은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이에 앞서 같은당 이수진 의원 등 10명은 대부업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이자율 상한을 연 13%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선이라는 큰 정치 이벤트를 앞두고 수면 위로 올라온 최고금리 인하 움직임은 선심선 공약 남발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는 대부업계뿐만 아니라 최고금리 수준에 근접한 금리를 받고 있는 카드사, 저축은행, 캐피탈 등 기존 제도권 금융기관까지 폭넓게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012년부터 서민 등 취약계층의 이자부담 경감을 위해 법정 최고금리를 연 20%로 낮추자는 주장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됐고 실제 이 수준까지 내려왔다.

2002년 대부업법 제정과 함께 법정 최고금리가 연 66%였던 점을 감안하면 9년 만에 최고금리가 46%포인트 낮아진 셈이다.

하지만 중·저신용자 입장에서 이자율 상한이 낮아지는 게 반가운 일만은 아니다. 물론 저소득·저신용자, 취약계층에 대한 이자부담 경감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급격한 최고금리 인하는 결국 이들을 제도권 금융이 아닌 불법사채로 내몰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7월 최고금리 인하로 약 3만9000명이 불법사금융시장으로 내몰린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2018년 법정 최고금리를 연 24%로 낮췄을 당시 5만여명이 제도권 금융에서 대출을 받지 못해 불법사금융으로 밀려났다.

정치권은 표심 잡기에만 급급한 나머지 금융시장에 나타날 부작용은 뒷전인 모습에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무리한 금리 인하가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의 대출 문턱을 높일 수 있고 제도권 대부업 시장 붕괴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코로나19로 서민들의 경제적인 어려움과 부담이 더 커진만큼 정치권은 보여주기식 표심잡기보다 경제생활 안정에 초점을 맞춘 방안을 모색하고 실천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저작권자 © 미래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대희 금융부문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