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경제팀 김석 기자.
산업경제팀 김석 기자.

[미래경제 김석 기자] 갑질의 사전적 의미는 사회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상대방이 자신의 방침에 강제로 따르게 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차례나 등급을 매길 때 첫째를 이르는 말인 ‘갑(甲)’과 어떤 행위를 뜻하는 접미사 ‘-질’을 결합해 만든 용어다. 

그렇다면 최근 키움 히어로즈 허민 키움 이사회 의장이 프로야구선수들에게 일명 ‘야구놀이’를 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는데 이는 과연 갑질로 보는 것이 합당할까.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6월 허 의장이 2군 훈련장에서 훈련을 마친 현역 선수들을 상대로 투구를 하는 장면이 한 팬에 의해 영상으로 찍혔고, 이는 곧바로 기사화 되면서 일파만판 논란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실제로 해당 영상이 공개되자 허 의장은 자신의 ‘공놀이’에 현역 선수를 동원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뿐만 아니다. 키움에서 방출된 이택근 전 선수는 “구단이 해당 영상을 촬영한 이를 찾아내기 위해 폐쇄회로(CC)TV로 팬을 사찰하고, 해당 팬을 조사하라는 부당한 지시를 했다”며 KBO에 징계 요구서를 제출했다.

이에 대해 키움 측은 “구단이 CCTV를 확인한 이유는 보안 점검 차원”이며 이택근에게 확인을 요구한 적도 없다는 취지의 해명을 내놓으면서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키움은 꼬리를 내렸다. 이는 한 지상파 뉴스를 통해 구단 고위관계자와 이택근의 대화 녹취록에서 구단이 팬을 사찰하고, 선수에게 압력을 가한 정황이 생생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허 의장의 ‘야구놀이’ 논란 이후 한국프로야구 은퇴선수협회(이하 한은회)와 프로야구선수협의회도 이 같은 일련의 행동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한은회는 지난 14일 “최근 불거진 키움의 소속 선수들에 대한 비상식적인 지시와 불법으로 팬을 사찰하는 등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반면 선수협회는 프로야구선수들에게 일명 ‘야구놀이’를 강요하고 있는 키움 히어로즈에 유감을 표하며, 갑질 및 비상식적인 지시를 당장 멈출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돌아보면 한은회와 선수협 그리고 이 전 선수가 분노한 것은 허 의장이 프로야구선수들에게 야구놀이를 강요한 것보다는 팬이 기자에게 제보한 배경을 파악하라는 부당한 지시가 더 큰 논란을 부추긴 셈이다.

선수는 팬심으로 먹고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그런 선수를 있게 한 원동력인 팬을 파악하라는 게 그 누구인들 쉽게 납득하고 따를 수 있을까.

갑질이란 다른 게 아니다. 자신이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사람에 대해 물리적 또는 정신적으로 위압을 행사한다면 그게 바로 갑질이고, 불을 지피는 부싯돌이 되는 것이다. 

이번 사태는 야구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더는 위치에 맞지 않는 행동으로 인해 자신뿐만 아니라 야구를 사랑하는 이들과 키움을 사랑하는 팬들에게 뜻하지 않은 실망감을 안겨주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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