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은 금융부문 기자
김하은 금융부문 기자

[미래경제 김하은 기자] “제가 '가자'라고 하면 모두가 '20년'으로 답해달라”

이는 국책은행 수장이 현 집권 여당 인사의 출판기념회에서 건배사로 제안한 발언이다. 이른바 ‘민주당 20년 집권론’으로 회자되는 이 발언의 주인공은 바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다. 

이 회장은 지난 22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전기 만화 ‘나의 인생 국민에게’ 발간 축하연에서 현 집권 여당을 옹호하는 건배사를 제안했다가 여론의 빈축을 샀다.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국책은행 수장으로서 적절하지 못한 발언’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결국 이 회장은 논란 이틀 만인 지난 24일 해명자료를 내고 “고별의 자리라는 성격을 감안해 정치원로의 노고에대한 예우 차원에서 한 건배사였다”며 “정치적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사려 깊지 못한 발언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앞으로 발언에 더욱 신중을 기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은 사실상 이 전 대표의 은퇴식으로 코로나19 방역 2단계 실내 모임 지침에 따라 45명의 인원만 초대됐다. 이 회장 외에도 박병석 국회의장, 이낙연 민주당 대표 등 여권의 거물 인사들이 참석했다.

문제는 ‘비정치인’인 이 회장의 정치색 짙은 건배사였다. 이 회장은 이 전 대표의 ‘민주당 20년 집권론’을 언급하며 “제가 ‘가자’고 외치면 모두가 20년으로 답해달라. 30년, 40년을 부르셔도 된다”는 건배사를 제안했다.

한 개인이 정치적 이념을 표출하는 것에 대한 제재는 없지만, 산업 전반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책은행의 수장이라면 공적인 자리에서 좀 더 신중한 언행을 선택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실제로 산업은행은 정부 보유 지분 100%에 중소, 중견 기업에 지원하는 자금 규모는 연간 40조원에 달한다. 산업은행 영향력을 고려하면 이 회장의 정치적 발언은 경솔함 그 자체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국가적 재난속에 산업은행의 역할이 부각되는 상황에서 수장이 집권여당 실세의 축하연에서 정치적 색깔이 짙은 발언을 한 것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간주해선 안 된다.

이 회장의 무모한 이번 발언이 26년 만의 연임 성공이라는 기념비적인 이력을 한 순간에 퇴색시켜 버린 게 아닌지 씁쓸함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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