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은 금융부문 기자
김하은 금융부문 기자

[미래경제 김하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소비 위축이 장기화 될 것을 우려해 정부가 마련한 긴급재난지원금을 둘러싼 관제기부 논란이 거세다.

청와대를 시작으로 정부 부처의 국·과장급 이상의 공무원은 기부 행렬에 나선데 이어 민간 기업들 까지 재난지원금 기부에 동참한다는 뜻을 밝힌데 따른 것이다.

지자체를 비롯 공기업과 대기업, 은행권 등에서 임직원들의 지원금 기부가 이어지고 있지만, 실상은 자발적 기부가 아닌 '강제 기부' 혹은 '눈치 기부'에 동참하는 꼴이 돼버렸다.

청와대부터 시작된 기부 행렬은 종교계부터 삼성과 현대차 등 대기업, 공기업과 금융권까지 전 임직원 기부로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임직원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회사가 임의로 전액 기부에 나서면서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메리츠금융과 농협금융이 대표적인 사례로, 임직원에게 기부 의사를 묻지 않고 회사가 전 임직원의 지원금에 대한 기부를 공론화해버렸다. 당시 두 금융사는 ‘강제 기부’라는 논란에 휩싸였다. 하지만 이 같은 논란을 불식시키듯 금융권의 기부 행렬은 이어졌다. 지난 13일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에 이어 KB금융과 하나금융도 임원을 중심으로 재난지원금 기부에 나섰다.

기부를 독려하는 경우도 있다. 다수 공공기관과 기업 등에선 임원급 혹은 전 임직원에게 재난지원금을 기부하라고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독려는 자의적으로 기부하라는 의미일 뿐 기부를 강제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내에서 이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 자체가 직원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사내 자체적으로 기부 분위기가 조성되면 직원들은 자연스럽게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버리고, 기부는 자의적인 선의임에도 행여나 기부를 하지 않은 직원에겐 ‘대역 죄인’의 프레임이 씌워질 수도 있다.

이쯤 되면 박수를 받기 위한 기부가 아닌 손가락질을 피하기 위한 기부로 퇴색돼버리지 않았나 싶다. 전국공무원과 공사 임직원, 은행 임직원들이 한마음 한뜻이 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데다 이 같은 기부가 과연 바람직한 지에 대한 의구심마저 든다.

최근 경기도 남양주시 내 한 지역에서 현수막을 통해 '착한 기부(?)'에 동참해 달라는 글귀를 마주한 적이 있다. 동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재난지원금 기부에 동참해달라는 독려였다. 하지만 지자체에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기부에 동참해 달라는 것은 '착한 기부'라는 프레임을 씌운 경솔한 정책에 지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자발적 기부도 필요하지만 본래 긴급재난지원금 취지에 맞게 소비 심리를 개선시키기 위해 지원금을 써야한다는 입장도 팽배하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기부해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감을 느끼는 분들이 많으신데 기부하지 않고 받아서 쓰는 게 애국"이라며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부는 재난지원금 재원을 마련할 때 지원금 기부를 놓고 이런 갈등이 생겨날 것이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지원금을 기부하는 이든, 소비하는 이든 국난 극복을 위해 행동하는 똑같은 시민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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