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회장 우호지분 33.23% 확보

조원태 대항항공 회장. (사진=뉴스1)

[미래경제 한우영 기자] 대한항공과 함께 글로벌 항공 동맹체 ‘스카이팀’ 창립 멤버인 미국의 델타항공이 경영권 분쟁에 시달리고 있는 한진칼 지분을 대량 매입하고 백기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20일(현지시각) 델타항공은 대한항공과의 조인트벤처(합작회사) 제휴 강화를 위해 한진칼 지분 4.3%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델타항공은 한‧미 당국 승인을 받는 대로 한진칼 지분을 10%까지 늘리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델타항공은 전 세계 모든 대륙에서 325개 노선을 운영하는 항공사다. 대한항공과 한‧미 양국 직항 13개 노선과 370개 지방 도시 노선을 운영하는 조인트벤처도 운영하고 있다. 조인트벤처는 항공사 두 곳이 한 회사처럼 운항 일정을 조정하고, 공동으로 영업하는 최고 수준의 협력 단계다.

재계에서는 델타항공이 구체적인 지분 매입 배경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경영권 위협을 받고 있는 조원태 회장에게 힘을 실어 주는 백기사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델타항공은 고 조양호 회장 때부터 대한항공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다.

에드 바스티안 델타항공 최고경영자(CEO)는 "아시아·태평양지역 항공 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선 두 회사가 협력을 공고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원태 회장은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 매입에 나서면서 2대 주주 KCGI와의 지분 경쟁에서 한시름을 덜게 됐다. 고 조양호 회장이 보유했던 지분 17.84%를 포함해 조원태 회장 등 특수관계인이 보유 중인 한진칼 지분은 28.93%다. 조원태 회장 보유 지분은 2.34%로 조양호 회장의 지분을 손실 없이 상속해야 경영권을 지킬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델타항공이 지분 4.3%를 확보하면서 조원태 회장 우호 지분율은 33.23%까지 늘었다. 델타항공이 발표대로 지분을 10%까지 추가 매입할 경우 우호 지분은 38.93%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반면 이번 델타항공의 지분인수로 KCGI는 경영권 확보에 제동이 걸렸다. 한진그룹 경영권을 위협하고 있는 2대 주주 KCGI 지분율은 15.98%다. 유안타증권은 KCGI가 목표 이상 수익률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지분 매입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에 경영권 확보를 위해 지분을 20%까지 늘릴 것으로 예상했다.

KCGI가 지분을 20%까지 늘려도 경쟁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KCGI는 최근 미래에셋대우로부터 주식담보대출 만기 연장이 거부되는 등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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