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CEO 두 명 사퇴…수주 급감에 영업이익도 급감

국내 원전 사업을 이끌어온 두산중공업이 정부의 탈원전 정책 여파로 창사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사진=한우영 기자)

[미래경제 한우영 기자] 한국 원전산업을 이끌어온 두산중공업이 1962년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 여파로 국내외 일감이 뚝 끊기면서 생사의 갈림길에 놓였다. 실적악화에 시달리면서 올 들어 CEO 두 명이 잇달아 사임을 표명했고, 내년부터 직원들이 순환휴직에 들어가는 등 긴축경영에 돌입하고 있지만 상황이 개선될지 여부도 불투명한 상태다.

김명우 두산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10일 7200여 명의 전 임직원에게 사임을 알리는 이메일을 보냈다. 지난 3월 대표이사에 취임한 지 9개월 만이다. 김 사장은 두산그룹 내에서 인사관리(HR) 전문가로 통한다. 1987년 두산의 핵심 계열사인 동양맥주(현 OB맥주)에 입사한 뒤 두산 인사기획팀장을 거쳐 2002년 두산중공업 인력개발팀장을 맡았다.

두산중공업 대표이사는 벌써 올 들어 두차례나 사임했다. 김명우 대표 전임인 정지택 전 두산중공업 부회장도 지난 3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두산중공업은 1987년 영광 한빛 3, 4호기부터 국내 유일의 원자로 핵심 설비 주계약자로 참여했다. 미국 웨스팅하우스 등 글로벌 원전업체와 손잡고 해외 시장도 개척했다. 2009년엔 한국전력공사 등과 함께 한국형 원전 모델인 ‘APR1400’을 개발해 20조원 규모의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사업을 수주하기도 했다. 한국의 첫 원전 수출이었다. 2012년에는 10조원(약 9조6272억)에 가까운 매출을 기록하며 5948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도 냈다.

이랬던 두산중공업이 생사의 갈림길에 놓이게 된건 정부의 탈원전 정책 여파 때문이다.

두산중공업 원자력 비즈니스그룹(BG)은 2021년 완공 예정인 울산 신고리 5, 6호기를 끝으로 일감이 끊긴다. 정부가 지난해 신규 원전 4기 건설 중단 결정을 내린 탓이다. 2015년부터 원자로 설비 등을 제작해온 울진 신한울 3, 4호기 건설 프로젝트도 지난해 정부가 사업을 중단하면서 ‘올스톱’됐다. 사업이 최종 취소되면 두산중공업은 미리 제작한 기자재에 들어간 비용 4930억원을 고스란히 날리게 될 판이다. 두산중공업의 지난 3분기 영업이익(별도재무제표 기준)은 작년 3분기보다 85.5% 급감한 60억원에 그쳤다.

경영환경이 악화되면서 두산중공업은 올해 임원을 30%가량 줄인 데 이어 직원 400여 명을 두산인프라코어 등 계열사로 전출시켰다. 일감이 넘치던 2013년 8428명에 달했던 두산중공업 직원 수는 지난 9월 말 기준 7284명으로 13.6%(1144명) 줄었다. 같은 기간 171명에 달했던 임원 수는 84명으로 반 토막 났다. 내년부터는 과장급 이상 전 사원을 대상으로 두 달간 유급 휴직도 시행한다.

하지만 탈원전 정책 1년여 만에 상황이 급반전 됐다. 2016년 9조원을 웃돌던 두산중공업 수주액은 지난해 5조원 수준으로 급감한 데 이어 올 들어선 3조6914억원까지 줄었다.

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 진출로 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사업규모가 크지 않아 이마저도 녹록치 않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지속되는 한 해외 원전 건설 수주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전이 지난 8월 22조원 규모의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잃은 게 대표적인 사례다. 13조원 규모의 원전사업을 추진 중인 사우디아라비아도 미국 기술의 도움으로 원전을 건설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수주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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