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영, 삼성화재 빌딩 매입 1년 만에 매물로 내놔…삼성‧금호 등도 잇달아 부동산 매각

(왼쪽부터) 삼성물산 서초사옥, 부영 을지빌딩, 금호아시아나 본관. (사진=각 사 및 뉴스1 )

[미래경제 한우영 기자] 부영‧삼성 등 대기업들이 소유하고 있던 빌딩에 대한 매각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부담으로 인해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모양새다.

그동안 수도권내 대형 빌딩들을 매입하며 부동산 시장의 ‘큰손’으로 떠올랐던 재계 16위(자산 규모 기준) 부영은 지난해 초 사들인 서울 을지빌딩(옛 삼성화재 을지로 빌딩)을 1년여 만에 매물로 내놨다.

이 회사는 2016년 11월 인천 송도 포스코건설 사옥을 약 3000억원, 지난해 말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빌딩을 9000억원에 잇따라 사들이면서 부동산 ‘큰손’으로 떠 올랐다.

하지만 이중근 부영 회장의 구속 수감 및 부실 시공 등 논란이 불거지면서 대내외 위기론이 확산 되자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다시 매물로 내놨다.

재계 1위 삼성그룹의 부동산 매각 움직임도 눈에 띈다. 특히 삼성그룹은 삼성물산‧삼성생명 ‧삼성메디슨 등 삼성 계열사는 올 들어 빌딩을 팔아 1조8817억원가량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삼성물산은 올해 2월 서울 금천구 가산동 물류센터를 2300억원에 처분한 데 이어 삼성그룹의 상징과도 같았던 서초사옥(매각가 7484억원)에 대한 매각 작업도 마무리 절차를 밟고 있다. 삼성생명도 올 들어 서울 에이스빌딩(1998억원)과 대치2빌딩(1905억원), 대구 덕산빌딩(1130억원)을 처분해 5033억원을 확보했다. 이 회사는 서울 당산동과 경기, 부산 등에 있는 8개 빌딩도 묶어서 매각할 예정이다. 삼성메디슨은 지난 5월 말 대치동 사옥을 1461억원에 팔았다.

경영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기업들도 잇달아 빌딩 매각에 나서고 있다. 금호아시아나 계열사인 금호사옥은 재무구조 개선 목적으로 5월 서울 신문로 금호아시아나 본관 사옥을 도이치자산운용에 4180억원에 처분했다. 현대자동차 관계회사인 현대라이프생명도 같은 달 여의도 현대카드·캐피탈 사옥 1관을 1775억원에 매각했다.

이밖에도 GS에너지는 서울 성내동 연구개발(R&D)센터와 경기 연천에 있는 유휴 부지를 매각하는 계약을 최근 체결했고, 신세계그룹 정보기술(IT) 계열사인 신세계I&C는 지난달 31일 서울 구로구 데이터센터를 500억원에 팔았다.

부동산 업계에선 대기업의 부동산 매각에 대해 경기침체와 금리 인상에 대비한 선제적 대응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시중금리 상승 추세로 이자비용이 늘어남에 따라 차입금을 갚는 목적으로 사용한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 신규 취급액 기준 예금은행의 기업대출 평균 금리는 3.64%로 전달보다 0.01%포인트 올랐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 기업대출 평균 금리가 4%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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