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그룹 정책간담회, 지배구조 개선 독촉…5대그룹 "시간 좀 달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장과 5대그룹간 정책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미래경제 한우영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4개월 만에 다시 열린 5대그룹 CEO들과의 정책 간담회에서 지배구조 개편을 독촉하며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소통을 표방한 간담회였지만 사실상 대기업들에게 지배구조 개선을 강력히 압박하는 자리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5대그룹 CEO와의 정책간담회를 개최했다. 지난 6월23일 4대그룹과의 간담회 이후 4개월여 만이다.

이번 간담회에는 권오현 부회장의 후임으로 온 이상훈 삼성전자 사장이 대외 공식자리에 첫 참석했고, 롯데는 황각규 사장이 처음으로 참석했다. 지난 간담회에도 참석했던 현대차 정진행 사장, LG 하현회 사장, SK 박정호 텔레콤 사장 등도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시작된 간담회에서 공개발언에만 25분가량을 할애하며 공개적으로 5대그룹을 압박했다.

김 위원장은 "기업들의 소극적인 자세로 인해 새정부의 개혁 작업이 지지부진함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며 "국민들의 입장에서 볼 때 기업들의 자발적인 개혁의지에 대해 여전히 의구심이 남아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장과 5대그룹간 정책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어 대기업 조사를 전담하는 기업집단국 신설과 관련해선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재단의 운영 실태 전수조사와 지주회사 수익구조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해 이런 재단이나 제도가 취지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점검하고 법제도 등 개선방안이 필요한지 살펴볼 계획"이라며 "미리 업무계획을 알려주는 것은 그룹별 특수 이슈를 미리 점검하고 선제적으로 위험요소를 관리할 것을 당부하기 위한 것"이라고 압박수위를 높였다.

김상조 위원장의 이번 발언으로 이번 간담회는 대화 보다는 기업들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이겠다는 의견을 공표하는 자리가 됐다.

지난 1차 간담회 당시 "최대한의 인내심을 가지고 기업인들의 자발적인 변화를 기다리겠다"면서 소통을 강조했던 모습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김상조 위원장이 4개월 만에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5대그룹 CEO들은 "변화에 필요한 시간을 달라"며 읍소하는 모양새가 됐다.

이에 대해 재계 한 관계자는 "역대 정부에서 기업 투명성 강화를 위해 지주사 전환을 독려해 많은 기업이 지주사 체제를 잇달아 도입하는 추세"라며 "정부가 바뀌자마자 지주사를 규제의 잣대로 들이대면 이미 전환한 기업들은 어떡하란 말이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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