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폭발물 제조 조악한 수준”…테러보다 교수 타깃 가능성 높아

13일 오전 8시41분쯤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1공학관 건축학과 연구실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김모 교수가 부상을 입었다. (사진=뉴스1)

[미래경제 김하은 기자] 13일 오전 연세대학교에서 폭발물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연대 기계공학과 김모(47) 교수의 연구실인 제1공학관 479호실에서는 AA사이즈 건전지, 전선 등과 함께 커피전문점에서 판매하는 텀블러가 발견됐다. 텀블러 안에는 1㎝ 남짓 길이 나사못 수십여개가 담겨 있었다.

이번 폭발물 사고는 앞서 유럽에서 행해졌던 제조기술 수준과 상관없이 '못 폭탄'을 흉내냈다는 점에서 테러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폭발물과 함께 수십, 수백 개의 못을 담는 방식은 최근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등이 사용하는 방식이다.

폭발물 자체 위력이 세지 않아도 폭발 추진력으로 인해 못, 바늘, 면도칼 등 치명적 금속물질들을 총알 같은 속도로 분산시켜 피해규모를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이다.

앞서 지난달 22일(현지시간) 22명이 사망하고 50여명이 부상을 당한 영국 맨체스터 아레나 공연장 테러에서도 바로 이 못 폭탄이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32명이 희생된 지난해 3월 벨기에 브뤼셀 테러, 80여명의 사상자가 나왔던 2013년 미국 보스턴 마라톤 테러 당시에도 모두 못 폭탄이 동원됐다.

이번 연대 사건은 누군가 김 교수 연구실 문 앞에 종이상자가 담긴 쇼핑백을 놓아두는 수법을 썼다.

경찰 수사가 끝나지 않았지만 김 교수를 타깃으로 한 범죄일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이 연구실은 김 교수가 혼자 쓰는 방이다.

다만 김 교수가 상자를 여는 순간 화약 연소에 그치면서 나사못이 튀지 않아 큰 피해는 입지 않았다. 김 교수는 손, 목에 2도 화상을 입고 인근 세브란스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폭발물 제조기술은 조악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사제 폭발물을 정밀 분석하는 한편 CCTV 추적과 피해 교수 주변 수사 등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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