팰리세이드, 美 주문량 감당 못해 6개월 인도 지연
노조, 단협 내세워 해외 생산 반발…2019년에도 노조 반대로 무산

현대자동차의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팰리세이드. [사진=현대자동차] ⓜ
현대자동차의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팰리세이드. [사진=현대자동차] ⓜ

[미래경제 한우영 기자] 현대자동차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팰리세이드가 미국 현지에서 인기를 끌면서 현지 생산을 2년여 만에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노조 측이 '해외생산 시 노조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단체협약 조항을 앞세워 반발하면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13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지난달 26일부터 사내 고용안정위원회에서 팰리세이드의 미국 생산 방안이 포함된 국내 공장 생산물량 조정안을 논의하고 있다. 고용안정위는 현대차 노사에서 각각 20여 명이 참여해 생산 계획과 이에 따른 고용 문제를 논의하는 기구다. 노사 단체협약에 근거해 구성됐다.

현대차는 단협에 따라 국내 공장별 생산물량을 조정하거나 국내 생산 차종을 해외에서 생산하게 돼 국내 공장의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 고용안정위 심의 의결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도요타자동차, GM, 폭스바겐 등 글로벌 자동차 기업에는 없는 독특한 제도다.

현대차는 국내 생산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미국에서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을 앞세워 노조를 설득하고 있다. 현재는 주문량을 감당하지 못해 현지 소비자들이 새 차를 받으려면 6개월 이상 기다려야 한다. 

사측은 팰리세이드의 국내 증산이 어려울 경우 미국 생산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팰리세이드는 전량을 울산2·4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사측은 현재 울산에서 전량 생산하는 아이오닉5 등 전기차도 현지 수요 증가와 보조금 정책에 따라 단계적으로 미국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차는 2019년에도 팰리세이드의 미국 생산을 추진했다. 당시 울산4공장 생산물량만으로는 1년 가까이 됐던 주문 후 대기기간을 해소하기 어려워서다. 하지만 노조의 반대로 미국 생산 대신 울산2공장 증산을 택했다.

현대차 노조는 이번에도 거부 의사를 명확히 밝히며 반발하고 있다. 이달 7일 열린 고용안정위에서도 노사는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사측은 증산이 무산되면 울산2·4공장 생산량 기준 내년에 3만5000대의 공급 부족이 예상된다고 보고 있다.

현대차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4공장에서 만드는 다목적차량(MPV) 스타리아를 전주공장으로 옮기고, 4공장에서 팰리세이드를 더 생산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상용차를 만드는 전주공장은 몇 년째 생산할 물량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주공장 물량 부족 문제와 팰리세이드 공급난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자신들의 물량을 넘겨줘야 하는 울산공장 측 노조는 전주공장 측 노조 및 사측 제안에 일부 이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2년 전 팰리세이드 증산 결정 때 울산공장 내부에서 4공장이 생산하는 팰리세이드를 2공장에서도 생산하는 걸 놓고 갈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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