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中 진출 이후 '최악 실적'…올해 고급화 전략으로 선회

중국 베이징 시내에 있는 베이징 현대 판매점에 신형 산타페가 전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
중국 베이징 시내에 있는 베이징 현대 판매점에 신형 산타페가 전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

[미래경제 한우영 기자]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지난해 중국에서 2조원에 가까운 규모의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2002년 중국에 진출한 이후 최악의 실적이다.

11일 현대차에 따르면 중국법인인 베이징현대가 지난해 매출 6조8729억원, 영업손실 1조152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10조2056억원)과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영업손실 규모는 2019년(5234억원) 대비 두 배 수준으로 커졌다.

둥펑위에다기아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매출은 2019년 3조7637억원에서 지난해 3조5887억원으로 떨어졌고, 영업손실은 3120억원에서 6499억원으로 늘었다. 두 회사의 매출은 4년 연속 줄고 있다.

판매도 부진했다.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는 중국에서 66만4744대를 판매했다. 전년 대비 26.9% 감소했다. 2016년(179만2022대)과 비교하면 4년 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2010년대 초반 10%를 넘었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3.4%로 쪼그라들었다.

현대차·기아의 중국 부진은 사드 보복이 본격화된 2017년부터 시작됐다. 중국 내 한국제품 불매운동이 시작되면서 현대차와 기아 판매량이 급감했다.

업계에서는 사드 보복이 아니더라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고급 차를 선호하는 중국 소비자의 취향을 쫓아가지 못한 결과라는 지적도 많다.

현대차·기아가 고급 브랜드로 평가받는 독일 및 일본업체와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중국 현지 브랜드 사이에 낀 신세가 됐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현대차·기아 입장에서는 중국 시장은 아픈 손가락이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고 있지만, 중국에서는 부진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을 포기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중국 전략을 완전히 바꾸겠다는 계획이다. 저렴한 가격에 초점을 맞춘 중국 특화 모델을 줄이고 글로벌 시장에서 잘 팔리는 고급 차 비중을 늘릴 예정이다.

현대차는 올해 수소전기차 넥쏘와 전용 플랫폼 전기차 아이오닉 5, 신형 투싼 등을 중국 시장에 내놓는다. 기아는 신형 카니발 등을 출시할 계획이다. 현대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도 연내 중국에서 출범한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중국 판매 목표를 각각 56만2000대, 25만5000대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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