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전기차 전환 속도‧정부 탄소중립 선언 등 기존 사업 경쟁력 약화
새 먹거리로 친환경 에너지 사업 잇달아 진출

국내 정유사들이 탄소중립 움직임에 맞춰 친환경 에너지 사업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국내 정유사들이 탄소중립 움직임에 맞춰 친환경 에너지 사업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미래경제 한우영 기자] 국내 정유4사가 기존 사업에서 벗어나 친환경 에너지 사업 전환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전환이 속도를 올리는 한편 정부 주도로 탄소중립이 화두가 되면서 기존 정유사업으론 큰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S-OIL), 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정유 4사는 탄소배출 최소화 방침을 세우고 친환경 사업으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유업계는 철강업계 다음으로 탄소배출량이 많은 업종으로 꼽힌다. 국내 주요 기업 탄소배출량 10위 안에 정유 4사가 모두 속해있다. 정유 4사의 탄소배출량을 합치면 3202만 톤에 달한다. 당장 내년부터 3기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시행되고, 무상 할당권이 감축되는 등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특히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에서 지난달 내연기관차 판매 중단 시점을 2035년 또는 2040년으로 제시하며 친환경 에너지 사업으로의 전환이 바빠졌다.

완성차 업계의 전기차 전환 움직임이 더 빨라진 것도 원인이다.

현대차는 2040년부터 미국, 유럽, 중국 등 글로벌 주요시장에서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언급했다.

국내 정유업계 중 저탄소 성장 전략을 가장 먼저 세운 곳은 현대오일뱅크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9월에 205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2019년 대비 70% 수준으로 감축하는 '탄소중립 그린성장' 전략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현대오일뱅크는 공장 가동 중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탄산칼슘과 메탄올로 전환하는 이산화탄소 포집·활용(CCU)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내년 하반기 상용화가 목표다. 이를 통한 이산화탄소 예상 감축량은 연간 54만톤이다.

현대오일뱅크가 롯데케미칼과 합작해 짓는 서산 중질유 복합석유화학공장(HPC)도 내년에 완공되면 친환경과 원가경쟁력을 동시에 노릴 수 있다. HPC는 저렴한 탈황중질유, 부생가스, LPG 등 정유 공장 부산물을 60% 이상 투입해 에틸렌과 폴리프로필렌을 생산하는 설비다.

UNIST 김건태 교수가 '금속 이산화탄소 배터리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
UNIST 김건태 교수가 '금속 이산화탄소 배터리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

에쓰오일(S-Oil)은 최근 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 등 지속성장을 위한 '비전 2030'을 발표하고,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방향을 바꾼다.

수소·연료전지·리사이클링 등 신사업에도 적극 진출한다. 또 장기 성장전략으로 추진해온 석유화학 사업 분야를 지금보다 2배 이상 확장할 계획이다. 석유화학 생산량 비중을 현재 12%에서 25% 수준까지 확대한다.

GS칼텍스는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을 대비해 전기차 배터리 충전 서비스를 확대한다. 내년엔 빅데이터를 활용한 배터리 특화 서비스 실증 사업을 완료한 후 국내 서비스 사업을 개시한다.

GS칼텍스는 현재 보유한 44개 전기차 충전기를 2022년 160개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탄소배출량 감축을 위해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친환경 복합수지와 미생물을 이용한 화학물질 '2,3-부탄다이올' 생산도 확대한다.

SK이노베이션은 그룹 차원에서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수소사업에 뛰어든다. SK이노베이션 사업장 내 정유·석유화학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생수소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이다. 부생수소를 활용한 액화 수소는 2023년부터 연간 3만 톤을 생산할 계획이다.

SK에너지의 주유소와 운송 트럭 휴게소도 그린 에너지 서비스 허브로 키운다. 차량용 수소를 판매하고, 연료전지 발전소 같은 발전용 수요도 적극 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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