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은행, 상-매각 규모 4조2587억원…대출 부실화에 은행 연체율 급등

4대 은행이 지난해 4조원이 넘는 규모의 부실채권을 상각 또는 매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뉴스] Ⓜ
4대 은행이 지난해 4조원이 넘는 규모의 부실채권을 상각 또는 매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뉴스] Ⓜ

[미래경제 김대희 기자] 지속되는 고금리에 경기침체까지 생활환경이 어려워지는 가운데 4대 시중은행이 떠안고 있는 부실채권도 급증해 지난 한해 4조원 이상을 정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로 빚을 갚지 못하는 가계와 기업이 늘면서 대출 연체율이 높아진 영향이다. 올해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험 등 불확실성 속에 대출 부실 우려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은 지난해 4조2587억원의 부실채권을 상각 또는 매각한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2022년(1조7654억원)의 두 배를 넘어선 수준이다.

은행들은 연체율 관리를 위해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 대출채권을 고정이하여신(NPL)으로 분류한다. 이후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하면 떼인 자산으로 간주해 장부에서 지우거나(상각) 자산유동화전문회사 등에 헐값에 파는(매각) 조치를 한다.

은행이 부실 채권을 처분하면 이 채권은 보유 자산에서 제외되는데 이에 따라 연체율과 NPL 비율 등이 낮아지게 되기에 건전성 관리를 위한 최후의 방편으로 활용된다.

이들 은행들의 NPL규모가 늘어난 것은 코로나19 이후 대출 부실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인하가 지연되는 사이 중소기업이나 금융취약층의 채무 상환능력이 급격히 악화돼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별로는 하나은행이 지난해 가장 많은 물량인 1조1978억원의 부실채권을 상·매각했으며 이어 우리은행(1조1290억원), 신한은행(1조667억원), 국민은행(8652억원) 순을 보였다.

특히 부실채권 매각 규모가 크게 증가했다. 하나은행의 경우 부실채권 매각 규모가 2022년 1757억원에서 지난해 8811억원으로 5배 이상 늘었다. 우리은행도 같은 기간 부실채권 7250억원어치를 팔았는데 이는 전년(1340억원)과 비교해 5배가 넘는 수준이다.

4대 시중은행의 NPL 규모는 지난해 말 24.2% 늘어난 3조3860억원을 기록했다. 신한은행만 7930억원에서 7870억원으로 NPL 잔액이 줄고 KB국민(1조1550억원)·하나(8780억원)·우리은행(5660억원)의 NPL잔액은 모두 불어났다.

다만 대규모 부실채권 상·매각으로 치솟던 은행 연체율은 다소 진정됐다. 지난해 3분기 0.32%였던 우리은행 연체율은 지난해 말 기준 0.26%로 0.06%포인트 내려갔다.

하나은행과 국민은행도 같은 기간 연체율이 0.03%포인트씩 낮아져 두 은행의 지난해 말 연체율은 각각 0.26%, 0.22%다. 신한은행도 연체율이 0.25%에서 0.22%로 하락했다.

문제는 실질연체율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질연체율은 부실채권 매각 또는 상각 처리 이전의 연체율을 의미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국내 은행 대출 연체율은 0.46%로 한 달 전보다 0.03%포인트 올랐다. 1년 전보다는 0.19%포인트 상승했다. 2019년 11월(0.48%)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올해도 상황은 건전성 관리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경기 부진이 지속되는 데다 예상보다 금리 인하 속도가 빠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하는 대출자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은행을 포함한 금융그룹들은 지난해 9조원에 가까운 대손충당금을 적립했다. 금융당국이 부동산 PF 부실 대비를 압박하자 대손충당금을 대폭 상향했다.

지난해 4대 금융이 쌓은 대손충당금은 8조9260억원으로 지난해(5조2079억원)보다 71.4% 늘었다. ▲KB 3조790억원 ▲신한 2조2512억원 ▲하나 1조7148억원 ▲우리 1조8810원이다.

금감원은 연체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에 대비해 부실채권 상·매각 등 정리를 확대하도록 유도하고 대손충당금 적립 확대 등 선제적 건전성 관리 강화를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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