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희망퇴직 1868명, 1년 전보다 354명 감소…퇴직금 평균 5억원대

주요 은행. [자료사진=연합뉴스] ⓜ
주요 은행. [자료사진=연합뉴스] ⓜ

[미래경제 김대희 기자] 매년 은행권의 희망퇴직이 이뤄지는 가운데 지난해 말과 올해 초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1800명 넘는 직원이 짐을 싸서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은행 희망퇴직 조건이 기존보다 나빠지면서 퇴직자 수는 1년 전보다 다소 감소했지만 희망퇴직자 1명당 평균 5억원대 퇴직금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5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달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4곳에서만 희망퇴직 형태로 모두 1496명이 은행을 떠났다.

구체적으로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에서 각각 674명, 234명, 226명이 퇴직했는데 모두 지난해 1월(713명·388명·279명)보다 퇴직자가 감소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달 31일 자로 362명이 짐을 쌌다. 4대 은행 중 유일하게 지난해 1월(349명)보다 퇴직자 수가 늘었는데 퇴직 대상 인원이 1년 전보다 많았기 때문이라는 우리은행 측 설명이다.

NH농협은행에서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372명의 직원이 퇴직했는데 역시 지난 2022년 말(493명)보다 퇴직 인원이 줄었다.

농협은행까지 더하면 5대 은행에서 연말·연초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난 직원은 1868명이다. 1년 전(2222명)과 비교하면 퇴직자 수가 354명(15.9%) 줄어 차이를 보인다.

은행 희망퇴직자 수가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올해 희망퇴직 조건이 기존보다 나빠졌기 때문이다.

5대 은행은 지난해 초 희망 퇴직금으로 근무 기간 등에 따라 최대 35∼36개월 치 급여를 지급했으나 올해에는 일제히 최대 31개월 치로 축소했다.

지난해 고금리 영향으로 역대급 실적을 이어갔지만 희망퇴직 조건이 나빠진 점은 고금리 시기 은행에 대한 ‘돈잔치’ 비판적 여론이 거세진 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권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급증한 대출과 기준금리 상승으로 손쉽게 돈을 벌면서 불어난 이익을 공익에 환원하기보다는 임직원들의 성과급이나 퇴직금을 늘리는 데 사용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성과급 지급과 희망퇴직은 매년 반복된 일이지만 올해 정부가 공개석상에서 직접 문제를 제기하면서 여론의 비판은 더욱 거세졌다.

최근 은행권의 희망퇴직 조건이 나빠지면서 퇴직자 수도 지난해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PG=연합뉴스] ⓜ
최근 은행권의 희망퇴직 조건이 나빠지면서 퇴직자 수도 지난해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PG=연합뉴스] ⓜ

희망퇴직 조건이 예년보다 나빠지기는 했지만 퇴직자들은 올해에도 평균 5억원, 많게는 10억원가량의 퇴직금을 챙겼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지난 2022년 1인당 평균 총퇴직금은 5억4000만원으로 집계됐다. 법정 기본퇴직금(평균 1억8000만원)에 희망퇴직금 3억6000만원을 합한 수치다.

이로 인해 올해 희망 퇴직금으로 4∼5개월 치 급여가 축소됐다고 해도 임금 인상 등을 고려하면 주요 은행의 1인당 평균 퇴직금은 5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업계는 예측하고 있다.

은행별 반기보고서를 살펴보면 2022년 말에서 2023년 초 회사를 떠난 은행원 중 장기 근속자 등 일부는 법정 기본퇴직금과 특별퇴직금을 합해 10억원 이상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하나은행의 퇴직금 상위 수령액 5명은 모두 10억원을 넘게 받았으며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우리은행의 퇴직금 수령액 상위 5명은 1인당 7억∼9억원가량을 받은 바 있다.

한편 올해 주요 시중은행들의 임금인상률과 성과급 규모가 전년과 비교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인하에 따른 이자이익 감소나 대출 연체율 상승 등 리스크가 커질 것을 염두해 올해 실적이 지난해보다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에 사회적인 상생 요구에 따른 ‘돈잔치’ 여론 비판 등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은행 직원들의 급여와 복리후생비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 정보시스템에 따르면 5대 은행 직원의 지난해 1~9월 1인당 평균 급여와 복리후생비는 9500만원에 달하며 지난해와 비교해 500만원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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