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퇴직 조건 나빠지고 기본급 400% 넘었던 성과급 규모도 축소

은행권의 역대급 이익으로 희망퇴직 조건도 역대급이었던 지난 시즌과 달리 올해는 사회적 비판 등을 의식한 듯 희망퇴직 조건이 오히려 나빠지고 있다. / 희망퇴직자들. [자료사진=연합뉴스] ⓜ
은행권의 역대급 이익으로 희망퇴직 조건도 역대급이었던 지난 시즌과 달리 올해는 사회적 비판 등을 의식한 듯 희망퇴직 조건이 오히려 나빠지고 있다. / 희망퇴직자들. [자료사진=연합뉴스] ⓜ

[미래경제 김대희 기자] 매년 이뤄지는 은행권 희망퇴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올해는 다른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역대급 이익’에도 희망퇴직 조건은 오히려 나빠지며 희망퇴직 신청자도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작년에는 임금의 400%까지 주던 직원 성과급도 올해에는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

이는 고금리 시기 일반 국민들의 빚 부담은 늘면서 어려움을 겪는데 은행들만 ‘이자 장사’로 돈을 벌면서 직원들에게 거액의 퇴직금을 주고 성과급 잔치를 벌인다는 비판이 거세진 분위기가 높아진 탓으로 풀이된다.

2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모두 희망퇴직 조건이 기존보다 쪼그라들었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29일부터 1월 3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희망퇴직 대상은 1972년생부터이며 특별퇴직금으로 근무 기간 등에 따라 18∼31개월 치 급여를 지급한다. 1년 전(23∼35개월)보다 특별퇴직금이 줄어들었다.

우리은행도 지난달 29일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1968년생에게는 월평균 임금 24개월 치를, 1969년 이후 출생자부터는 31개월 치를 특별퇴직금으로 지급한다. 1년 전에는 1967년생에게 24개월 치, 1968년 이후 출생자에게는 36개월 치를 특별퇴직금으로 지급했다.

지난달 28일부터 신청을 받는 하나은행(최대 36개월 치→최대 31개월 치)과 지난달 15∼20일 신청을 받은 신한은행(최대 36개월 치→최대 31개월 치)도 마찬가지로 조건이 나빠졌다.

NH농협은행은 지난 11월 21일부터 23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으며 지난달 31일 372명의 직원이 은행을 떠났다. 농협은행은 특별퇴직금으로 만 56세 직원에게 28개월 치 임금을, 일반 직원에게 20개월 치 임금을 지급한다. 이 또한 지난번보다 특별퇴직금 조건(56세 28개월 치, 일반직원 20∼39개월 치)과 퇴직 인원(493명)이 모두 감소했다.

4대 은행의 희망퇴직은 대부분 올해 1월 중 마무리될 예정이다. 앞서 지난해 1월에는 KB국민은행에서 713명, 신한은행에서 388명, 하나은행에서 279명, 우리은행에서 349명이 희망퇴직 형태로 은행에서 퇴직했다.

은행권은 작년에도 고금리 영향으로 이자 이익이 늘면서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5대 은행의 누적 순익은 약 11조3282억원으로 재작년 같은 기간(약 10조759억원)보다 12.4% 늘었다. 이자수익에서 이자비용을 뺀 이자이익은 약 28조6920억원으로 역시 재작년 같은 기간(약 26조3804억원)보다 8.8% 증가했다.

실적이 이처럼 좋아졌는데도 희망퇴직 조건이 나빠진 점은 고금리 시기 은행에 대한 ‘돈잔치’ 비판적 여론이 거세진 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권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급증한 대출과 기준금리 상승으로 손쉽게 돈을 벌면서 불어난 이익을 공익에 환원하기보다는 임직원들의 성과급이나 퇴직금을 늘리는 데 사용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성과급 지급과 희망퇴직은 매년 반복된 일이지만 올해 정부가 공개석상에서 직접 문제를 제기하면서 여론의 비판은 더욱 거세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2월 은행의 성과급 지급에 대해 “‘은행의 돈 잔치’로 인해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금융위는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한 데 이어 지난 10월∼11월에도 ‘종노릇’ 등의 거친 표현까지 쓰며 은행권을 질타한 바 있다.

이런 상황 등을 고려해 은행은 임금인상률과 성과급을 줄이는 분위기다. 은행권 임금인상률은 지난해 3.0%에서 1.0%포인트(p) 낮은 2.0%로 결정됐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임단협에서 성과급을 통상임금의 200%에 300만원으로 결정했다. 재작년 통상임금 400%에 200만원을 지급했던 것과 비교하면 성과급이 감소했다. 신한은행 역시 성과급을 재작년 기본급의 361%(현금 300%·우리사주 61%)에서 지난해 기본급의 281%(현금 230%·우리사주 51%)로 축소했다.

국민, 하나, 우리은행은 아직 임단협을 진행 중이지만 역시 과급 규모를 줄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실적이 좋아진 것과 별개로 여론 등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 임단협도 규모를 축소하는 분위기라는 설명이다.

저작권자 © 미래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대희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