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3일까지 작가 특유의 유머로 담아낸 작품 24점 전시

더페이지갤러리 변종곤 개인전 전시 전경.[사진=더페이지갤러리 제공] ⓜ
더페이지갤러리 변종곤 개인전 전시 전경.[사진=더페이지갤러리 제공] ⓜ

[미래경제 김정희 기자] 더페이지갤러리는 변종곤(b.1948) 작가의 지난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쌓아온 작업 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개인전을 2월 3일까지 연다. 이번 개인전은 1997년부터 2013년도 사이에 제작된 작품 24점으로 구성됐다.

1978년 제1회 동아일보 미술대전 대상을 수상하며 시대상을 반영한 특유의 극사실주의 유화로 주목받던 변종곤 작가는 정부의 압력을 피해 1981년 만 33세에 돌연 미국 뉴욕으로 이주한다. 전업 작가로서 그림만을 그리며 작업 세계를 펼치고자 했지만 거칠고 험난한 이민 생활에 교통비 조차 없던 그는 길가의 버려진 물건을 줍고 벼룩시장과 중고 서점을 드나들며 누군가에게 쓸모가 다한 물건들을 수집한다.

뉴욕 길거리의 버려진 냉장고, 선풍기, 라디오, 가구 등을 주우며 변종곤은 어렸을 적 할머니가 구해다준 미군 부대의 상품 카탈로그를 떠올리고 욕망으로부터 탄생해 결국 쓸모를 다하자 버려진 물건들에 온기를 느낀다. 전혀 다른 생을 지닌 이 오브제들은 변종곤의 손을 거쳐 또 다른 생을 부여 받는다.

“이질적인 것의 만남과 충돌에서 창조가 이루어진다”는 작가는 이제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오브제를 수집하고 미술, 과학, 종교, 사상을 초월해 자신만의 자유로운 조형 언어를 선보인다.

변종곤의 작품 세계는 일찍이 미국 평단의 인정을 받아 알바니미술관, 클리브랜드미술관, 인디애나폴리스미술관 등에 소장됐으며 마리 로제 감독이 제작한 그의 다큐멘터리가 뉴욕현대미술관에서 상영되기도 했다.

1997년부터 2013년도 사이 뉴욕에서 제작된 작품으로 구성된 이번 개인전은 미술사, 영화, 문학, 그리고 종교적 기호가 담겨진 작품들이 주가 된다. 여기엔 어렸을 적 할머니를 따라 갔던 교회와 절의 기억, 극장에서 봤던 흑백 영화, 21세기에 진입하던 세계의 혼란스러움이 담겨 있다.

한국과 미국, 두 나라의 역사와 정치적 혼돈을 모두 겪었지만 변종곤은 비판과 풍자를 넘어서 자신만의 유머와 해학을 작품에 담고자 한다.

이번 전시는 격변하는 시기의 뉴욕을 목격한 이민자로서의 작가의 시선을 경험할 수 있으며 지난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쌓아온 작가의 작업 세계를 톺아보는 기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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