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미터 대형 회화부터 드로잉까지 작가의 작업 세계 대표하는 신작 15점 전시

더페이지갤러리 ‘안드레 부처’ 개인전 전경.[사진=더페이지갤러리 제공] ⓜ
더페이지갤러리 ‘안드레 부처’ 개인전 전경.[사진=더페이지갤러리 제공] ⓜ

[미래경제 김정희 기자] 더페이지갤러리는 독일 작가 안드레 부처(b.1973)의 개인전을 9일부터 12월 30일까지 연다. 이번 개인전은 2020년 상하이 유즈 미술관 이후 아시아에서는 3년만이며 국내에서 관람객들을 만나는 것은 처음이다.

더페이지갤러리 이스트관에서 펼쳐지는 이번 전시는 지난 30년 간 안드레 부처가 형성한 작업 세계를 아우르는 주요 신작 15점으로 구성됐다.

안드레 부처는 1990년대부터 독일의 표현주의와 미국 대중문화의 융합을 통해 삶과 죽음, 산업화와 대량 소비 등 20세기의 예술, 정치 및 사회적 극단의 초월을 시도하며 자신만의 독특한 회화 언어를 구축해왔다.

냉전이 종식되고 산업화가 휩쓸고 지나간 20세기 말, 부처는 세대를 뛰어넘어 여러 작가들과 교류를 통해 과거 예술 사조의 한계에 대해 논하며 새로운 예술의 가능성을 탐구했다.

안드레 부처는 독일의 전통적 표현주의의 미래적 후예로 자신만의 회화 양식론 ‘공상과학 표현주의’를 구축한다.

극단적인 현실을 직시하고 포용을 시도했던 작가는 작업 초기에 기업 로고부터 디즈니 만화 캐릭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레퍼런스를 활용해 20세기 문화, 정치, 기술적 상징을 압축시켜 특유의 밀도 높은 작품으로 탄생시켰다.

거친 임파스토 기법으로 완성된 초기 작품들은 불확실한 희망과 황폐함을 불안정한 화면 구조로 옮기려는 노력이었으며 이를 통해 초월적 진실을 이끌어내고자 했다.

Andre Butzer, Untitled, 2022, acrylic on canvas, 194.5×524cm.[사진=더페이지갤러리 제공] ⓜ
Andre Butzer, Untitled, 2022, acrylic on canvas, 194.5×524cm.[사진=더페이지갤러리 제공] ⓜ

작가는 나사하임(NASAHEIM)이라는 가상의 유토피아적 영역을 창조해내어 색과 빛, 삶과 죽음, 진리와 같은 초월적 영역에 닿는 시도를 확장한다.

미국 항공 우주국(NASA)과 디즈니 월드가 있는 캘리포니아의 도시 애너하임(Anaheim)의 이름을 합성해 만들어진 나사하임은 우주보다도 멀리 있는 동시에 내면의 가장 깊은 곳에 존재하며 모든 극단, 갈망, 기쁨 그리고 역사의 공포들이 평등함에 도달하여 균형을 이루는 이상적 영역이며 작가의 작업세계를 이해하는데 주요한 요소가 된다.

이번 전시의 중심인 안드레 부처의 상징적인 인물화는 1990년대 후반부터 끊임없이 진화해왔으며 여기엔 성모 마리아와 같이 자애로운 모습을 한 일종의 안내자인 여인, 프레드리히 횔덜린(Friedrich Hölderlin)의 소설 히페리온(Hyperion)에서 영감을 받은 방랑자, 역사의 극단에서 평등한 중간 상태를 나타내는 ‘평화-지멘스’(Friedens-Siemens)가 등장한다.

이들은 미국의 대중문화 그리고 독일의 전후 역사와 전통을 동시에 목격하며 성장한 부처의 융합된 세계에서 탄생했으며 서로 모여 총체적 균형 상태를 구현한다.

안드레 부처는 이번 한국에서의 첫 개인전 작품들 모두 앙리 마티스를 기리기 위한 것이라 말한 바 있다. 마치 마티스의 작품처럼 다양한 빛과 색으로 가득 찬 작품들은 조화를 이루며 작가의 색, 빛, 비율, 회화적 표현의 잠재력에 대한 탐구를 드러낸다.

작가는 추상과 구상의 경계에서 공상과학 표현주의를 통해 평면적인 색채와 반복되는 대비의 균형을 찾아내어 빛과 색을 온전히 전달하기 위한 궁극적 표현을 시도한다.

더페이지갤러리는 “안드레 부처는 인간의 실존적 의미와 회화의 유효성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면서 고유의 회화언어로 자신만의 확고한 작업세계를 구축했다”며 “진정한 세계는 감춰져 있을 때 들여다보게 된다는 작가의 말처럼 이번 개인전을 통해 관람객들이 안드레 부처의 회화 속 숨겨진 진실을 경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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