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와 오브제, 디자인과 예술 경계 넘어서는 작가의 작업세계 전반 아우르는 전시

미샤 칸 개인전 전시장 전경.[사진=더페이지갤러리 제공] ⓜ
미샤 칸 개인전 전시장 전경.[사진=더페이지갤러리 제공] ⓜ

[미래경제 김정희 기자] 더페이지갤러리는 뉴욕 브루클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미샤 칸 (b. 1989, 미국)의 개인전 ‘Glancing Blows’를 4일부터 10월 20일까지 연다. 이번 전시는 미샤 칸이 2019년 더페이지갤러리에서 국내 첫 개인전을 가진 이후 4년 만에 개최되는 두 번째 개인전이다.

미샤 칸의 작품은 의자, 거울, 조명, 테이블 등 가구로서 기능하지만 형태와 개념, 심미성과 실용성 사이의 경계를 넘나들며 전위적인 형상을 지니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아상블라주(Assemblage)를 기반으로 한 ‘즉흥적 맥시멀리즘’으로 묘사되는 그의 작업은 이질적으로 보이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개념적으로 얽혀 현대의 물질 문화를 표현하면서도 그것을 전복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번 전시는 다양한 공예 스튜디오와의 협력을 통해 탄생한 작가의 대표 시리즈들을 선보이며 조각 15점과 사운드가 포함된 미디어 설치 1점이 전시된다.

전시장 입구에서 관람객을 맞이하는 ‘해질녘의 얽힌 줄기들 Dusk’s Raveled Whisps‘ 은 미샤 칸이 2015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에스와티니(Eswatini)의 라부미사(Lavumisa)를 방문한 후 시작된 “라부미사” 시리즈 중 하나다. 칸은 이 지역 여성 장인들의 수공예품을 국제 시장에 소개하는 단체 Gone Rural과 협업해 작품을 제작해왔다.

이 작품 또한 협업의 결과물로 작가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세라믹 시계와 라부미사의 여성 장인들이 사이잘, 루틴지, 루카시 등과 같은 풀로 직조한 몸통이 결합된 것이다.

2017년 미샤 칸은 이탈리아에 있는 테크노젤 스튜디오의 방문 아티스트로 초청 받았으며 이후에도 이들과 지속적으로 작업을 해오고 있다. 생체에 적합한 소재로 평가 받는 테크노젤은 베개와 매트리스에 주로 쓰이곤 하는데 작가는 이를 ‘대시 위의 과일 스낵 의자의 상판’ ‘필러 퀸의 얼굴’ ‘식용 꽃과 갈라진 혀’의 꽃과 길게 늘어진 혀로 탄생시켰다.

미샤 칸 개인전 전시장 전경.[사진=더페이지갤러리 제공] ⓜ
미샤 칸 개인전 전시장 전경.[사진=더페이지갤러리 제공] ⓜ

이 젤 시리즈 세 점은 독일 뮌헨 빌라스턱 미술관에서 열린 작가의 개인전 ‘Under the Wobble Moon. Objects from the Capricious Age’에서도 전시됐었다.

‘대시 위의 과일 스낵’의 캐스팅 프레임과 동일한 형태를 사용한 ‘영원히 고착된 번데기’는 테크노젤 대신 알루미늄 뼈대 위에 칸이 그린 나방 날개 그림이 자수로 놓인 천 쿠션이 장착 되어있다. 차가운 알루미늄과 가볍고 부드러운 실의 대비되는 속성은 재료의 마찰과 불균형을 한 오브제에 담아내고자 하는 그의 의도를 반영한다.

2022년 디자인 마이애미/바젤(DESIGN MIAMI/ BASEL 2022)에서 미샤 칸이 선보인 대형 거울 ‘우주에 있는 자신의 모습이 보이시나요?’는 행성이나 달의 표면에 운석이나 다른 천체의 충돌로 인해 생긴 크레이터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칸은 크레이터의 움푹 패인 형태를 표현하기 위해 무광택으로 마감된 프레임에 역으로 광택 처리된 동그란 돌출부를 배치했고 이는 1940-60년대 유행했던 우주 시대 디자인 떠올리게 한다.

천장 조명 ‘끝머리’와 테이블 조명 ‘나의 톤’과 ‘터보 올리리어스’ 그리고 미샤 칸 특유의 비전형적 시각 언어를 잘 드러내는 ‘아우라 스툴’과 ‘박스 두꺼비 스툴’은 작가가 2019년부터 사용하기 시작한 오라클 미디엄이라는 VR 툴을 이용해서 제작됐다.

칸은 이 프로그램을 비디오 게임의 '치트 코드'에 비유하기도 하는데 이는 작가가 사용하는 비정형 형태가 자연스럽게 구현되고 조각과 페인팅을 동시에 할 수 있어 작업 속도를 높여 주기 때문이다.

이처럼 다양한 디지털 툴을 적극적으로 작업에 활용하는 작가는 사운드가 포함된 미디어 설치 ‘공장’을 통해 자신의 넓은 매체 스펙트럼을 강조한다. 4.5M의 벽을 가득 채워 설치된 이 작품은 반복되는 영상이 아닌 실시간으로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뮬레이션이다. 디지털 공장에서 새로운 가구를 생산하고 폐기하는 과정을 무한히 보여줌으로써 현대 물질문화를 비판적으로 투사한다.

저작권자 © 미래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정희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