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대규모 분쟁조정 예고에 배상기준 마련 등 신속 절차 방안 검토
새해 H지수 ELS 손실 현실화 우려…현장검사도 조기 착수

홍콩의 한 증권사 전광판의 모습. [자료사진=홍콩EPA / 연합뉴스] ⓜ
홍콩의 한 증권사 전광판의 모습. [자료사진=홍콩EPA / 연합뉴스] ⓜ

[미래경제 김대희 기자] 최근 손실 우려가 커진 홍콩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 만기가 새해부터 대거 돌아오면서 손실이 현실화될 전망인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불완전판매 ‘주요 유형’ 기준 마련을 검토하고 있다.

손실에 따른 대규모 분쟁 조정이 예상되는 만큼 미리 불완전판매 주요 유형을 설정하고 그에 따른 배상 기준을 제시해 신속하게 처리하도록 하겠다는 방안이다.

26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H지수 연계 ELS 관련해 여러 민원을 바탕으로 유형별 분류 작업에 나섰다.

금감원 측은 사전적으로 불완전판매 주요 유형을 미리 만들어 보면서 유형별로 손실 부담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기준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비슷한 유형을 범주화해놓아야 문제가 터졌을 때 신속한 배상 절차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H지수 ELS 투자자 가운데 고령층 비중이 많고 투자 성향 및 가입 목적에 맞지 않는 상품을 권유받았다는 주장이 대부분이라 불완전판매를 인정할 수 있는 주요 사실관계와 그에 따른 유형들이 제시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여기에 고난도 투자상품에 대한 투자 경험 유무도 유형에 포함될 수 있다.

다만 금감원은 은행권에 대한 정식 검사에 착수하지 않은 상태로 아직 손실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ELS 손실 규모 및 분쟁조정 규모가 클 것으로 예상돼 사전 준비 없이는 혼란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풀이된다.

당장 새해 첫 달부터 본격적으로 H지수 ELS 만기가 돌아오고 이에 따른 손실도 속속 확정된다.

금감원이 최근 정무위에 보고한 H지수 ELS 설명 자료에 따르면 은행권이 판매한 H지수 ELS 중 내년 상반기에 만기가 돌아오는 규모는 9조2000억원의 큰 규모다. 당장 다음 달 만기 도래 규모만도 8000억원이다.

이어 2월 1조4000억원, 3월 1조6000억원으로 증가하다가 4월 2조6000억원으로 최고점에 달할 전망이다.

지난 9월 말 기준 녹인(knock-in·손실 발생 구간)이 발생한 H지수 ELS 규모는 6조2000억원이고 이중 5조9000억원(87.8%)이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돌아온다.

최근 H지수가 고점과 비굫 절반으로 떨어진 상황에 투자자들은 원금의 절반가량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금감원은 정무위 보고 자료에서 “투자 규모 자체가 매우 크고 투자자 가운데 은행권 고령층 비중도 상당해 불완전판매 등 대규모 민원이 제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판매사가 적합성 원칙 등 판매 원칙을 준수했는지 금융소비자보호법상 판매 규제 취지에 따라 판매했는지 여부 등이 주요 이슈 사항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고객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 가입 목적에 적합한 상품을 권유했는지, 판매 과정에서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했는지 등이 쟁점이 될 수 있다는 셈이다.

금감원은 ‘H지수 기반 ELS 투자자 손실 대응 TF’를 발족시키고 소비자 민원·분쟁 조정, 판매 금융회사에 대한 검사·조치 등을 유기적으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다음 달 손실 현실화 시점에 맞춰 은행권에 대한 정식 검사에도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은행권이 금감원 분쟁조정 절차를 본격화하기 전 사적 화해 방식의 자율 배상안을 제시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사적 화해는 말 그대로 금융사와 피해자들이 자율적인 협의를 거쳐 보상 수준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이미 은행권이 과거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를 거치면서 사적 화해 방식을 다수 진행한 바 있고 금융당국 수장들도 공개적으로 은행들의 책임 있는 대처와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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