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 반토막에 '수조원 폭탄' 우려…위험 충분히 알렸는지 ‘불완전판매’ 쟁점

홍콩의 한 증권사 전광판의 모습. [자료사진=홍콩EPA / 연합뉴스] ⓜ
홍콩의 한 증권사 전광판의 모습. [자료사진=홍콩EPA / 연합뉴스] ⓜ

[미래경제 김대희 기자] 최근 ‘H지수 ELS’에 대한 금융권의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흐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파생상품의 대규모 손실이 임박했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당국이 긴급 실태 조사에 나섰다.

관련 상품을 판매한 은행과 증권사들이 가입자들에게 손실 가능성, H지수의 큰 변동성 등을 충분히 알리고 설명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다.

만약 미비한 부분이 드러날 경우 과거에 논란이 됐던 라임·옵티머스·DLF(파생결합펀드) 등 ‘불완전 판매’와 같은 파장이 일어난 가능성도 있다.

일단 금융사들은 금융소비자보호법 등에 따라 불완전 판매를 막기 위해 투자위험을 충분히 설명·녹취하고 가입 의사를 추가 확인하는 등 적법한 절차를 거쳐 팔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28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20일부터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수익률 기준 지표)으로 삼는 주가연계증권(ELS)을 최근 수년간 팔아온 은행과 증권사를 대상으로 사실상 전수 조사에 들어갔다.

특히 판매 규모가 가장 큰 KB국민은행에서는 금감원 은행검사1국의 현장 조사가 이어지고 있으며 이번 출장 조사는 다음 달 1일까지 10영업일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하나·신한·우리·NH농협 등 주요 판매 은행들에 대해서도 서면 조사 방침이다.

증권사 중에서도 최대 판매사인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 등 5∼6곳이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금융당국이 이처럼 일제 조사에 들어간 이유는 홍콩H지수 연계 ELS 가입자의 수 조원대 손실이 내년부터 현실로 드러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증권거래소 상장 우량 중국 국영기업들로 구성된 H지수는 2021년 초 1만∼1만2000포인트에 이르다가 현재 40∼50%에 불과한 6000포인트까지 급락했고 현재 중국 경기로 미뤄 뚜렷한 반등을 장담하기도 어렵다.

증권업계의 해당 상품 판매 잔액(약 3조5000억원)은 은행보다 적지만 내년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만기가 도래한다는 점에서 은행권과 사정이 비슷하다.

H지수 연계 파생상품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은 전문가들조차 예상하지 못한 중국 경제의 침체다.

H지수 ELS에 대한 대규모 손실이 우려되면서 이를 판매한 은행과 증권사에 대한 금융당국의 긴급 실태조사가 이뤄지는 가운데 '불완전판매' 논란도 일어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H지수 ELS에 대한 대규모 손실이 우려되면서 이를 판매한 은행과 증권사에 대한 금융당국의 긴급 실태조사가 이뤄지는 가운데 '불완전판매' 논란도 일어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은행권에서는 2021년의 중국 빅테크(대형IT기업) 규제와 대형 부동산 업체 파산 우려, 2022년의 미국 내 중국 기업 상장폐지 우려와 코로나19에 따른 상하이 봉쇄 등이 이어지면서 중국 경제가 급격히 나빠진 것으로 분석했다.

이처럼 내년부터 손실이 확정되면 결국 ‘불완전 판매’ 여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ELS는 전문가들도 구조를 이해하기 어렵고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고위험 상품인데도 단순히 ‘시중금리+α’를 기대할 수 있는 예금 상품처럼 대중적으로 수 조원대가 판매된 만큼 ‘원금 손실 위험을 제대로 고지받지 못했다’는 취지의 민원과 분쟁이 많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금융 당국도 이번 조사 단계에서부터 불완전 판매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관련 자료와 정황을 파악하고 있다.

특히 당국은 같은 불완전 판매 맥락에서 고위험·고난도 ELS 상품의 가입자 상당수가 고령자라는 점도 주목하고 있다.

은행권은 이처럼 예기치 못한 H지수 급락에 따른 대규모 ELS 손실에 당혹스러운 분위기에 과거 펀드 사태와 달리 불완전 판매 등 위법 행위와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여러 펀드 사태를 거치면서 2021년부터 금융소비자보호법뿐 아니라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표준영업행위 준칙 등이 시행되는 등 금융투자상품 판매 과정에서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규가 까다로워진 만큼 불완전 판매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주장이다.

은행권에서는 H지수 ELS 같은 이른바 고난도 상품의 경우 자체 조사 결과 90% 정도의 고객이 이전에 다른 ELS 등에 가입한 적이 있는 투자 경험자로 고위험 가능성을 대부분 인지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은행권 일부에서는 결국 H지수 ELS 관련 불완전 판매 논란을 완전히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반면 증권업계의 경우 ELS 판매 경로의 약 80%가 ‘비대면 채널’이라는 점이 가장 큰 변수다. 오히려 증권사들은 너무 간단하게 고위험 상품 가입이 가능한 것은 아닌지 등을 따져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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