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희 금융팀 부장.
김대희 금융팀 부장.

[미래경제 김대희 기자]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넉 달 연속으로 이어지면서 심상치 않은 모습이다. 특히 전체 대출 연체율까지 지난해의 약 두 배에 이르면서 우려도 커진다.

한은은 물가를 억제하고 가계대출 수요를 줄인다며 통화 긴축 기조를 고수해왔지만 긴축 효과는 갈수록 사라지고 있어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가장 먼저 금융당국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가계대출 주범으로 지목하고 한도 축소 등 대응방안을 강구하지만 이 과정에서 오히려 가계대출 가(假)수요가 몰리면서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말 가계대출 잔액은 680조8120억원으로 집계됐다. 7월 말(679조2208억원)과 비교해 한 달만에 1조5912억원 증가했다

5월 이후 4개월 연속 증가에 8월 증가 폭(1조5912억원)은 2021년 11월(2조3622억원) 이후 1년 9개월 만에 최대 기록이다.

특히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를 주도하는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8월에만 2조1122억원(512조8875억원→514조9997억원)이나 급증했다. 2조원대 주택담보대출 월별 증가액은 2022년 12월(2조3782억원) 이래 8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처럼 8월 가계대출 급증에는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논란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은행권은 풀이하고 있다.

5대 은행의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7월 말 8657억원에서 지난달 24일 2조8867억원으로 2조원 넘게 뛰었다.

특히 이례적으로 이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이 8월 25∼31일, 단 5영업일 만에 513조3716억원에서 514조9997억원으로 1조6281억원 급증했는데 상당 부분이 50년 만기 상품 대출로 추정된다.

금융당국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최근 가계대출 증가의 주범으로 지목한 뒤 은행권은 스스로 50년 만기 상품에 ‘만 34세 이하’ 등 연령 제한을 두거나 아예 잠정적 판매 중단 방침을 밝혔다.

여기에 같은 달 하순에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기준 조정에 따른 50년 만기 상품의 실제 한도 축소가 이뤄진다는 얘기에 당장 필요하지 않은 주택담보대출 수요까지 몰리면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이처럼 금융당국의 섣부른 규제 방침이 가계대출의 증가세에 기름을 부은게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가계대출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까지 더욱 악화되면서 부실 위험에 대한 우려까지 커지고 있다.

5대 은행의 7월 말 기준 단순 평균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31%(가계대출 0.28%·기업대출 0.34%)로 집계됐다. 한 달 전 6월 말의 0.29%(0.26%·0.31%)보다 0.02%포인트(p) 높아졌다. 고정이하여신(NPL)비율도 한 달 사이 평균 0.25%에서 0.29%로 0.04%p 상승했다.

은행권에서 50면 만기 상품 관련 억제책만으로는 가계대출 증가세가 잡히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많다. 정부는 급급하게 앞만 바라보는게 아닌 더 근본적인 문제점에 대한 원인 파악과 함께 통로를 넓혀 묶여있는 규제 완화에 대해 폭 넓게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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