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희 금융팀 부장.
김대희 금융팀 부장.

[미래경제 김대희 기자] 한국에 진출한 중국 은행들이 보고 의무를 위반하면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무더기 제재를 받았다.

중국 은행들이 동시에 제재받은 경우는 이례적이라는 점에서 국내외 은행을 가리지 않고 금융시장 교란 행위는 엄중조치하겠다는 금융당국의 의지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다만 중국에 진출한 국내은행은 ‘과태료 폭탄’을 맞았는데 중국은행들에 대한 국내 제재는 너무 약한게 아닌가 라는 아쉬움도 있다.

금융권 등에 따르면 금감원은 중국공상은행과 중국농업은행, 중국건설은행의 서울지점에 대한 검사에서 임원 선임·해임 사실의 공시 및 보고 의무를 위반했거나 20%를 초과하는 지분증권을 담보로 하는 담보대출의 보고 의무를 위반한 사실을 적발했다. 이에 해당 임직원들을 자율적으로 처리하라고 제재했다.

금융사는 임원을 선임하거나 해임한 경우 7영업일 내에 금감원장에게 보고해야 한다.

하지만 중국공상은행 서울지점은 2018년 1월부터 3월까지 4건의 임원 선임 및 해임 관련 내용을 기한 내에 금감원장에게 보고하지 않거나 은행연합회 홈페이지에 공시하지 않았다.

중국공상은행 서울지점은 2017년 11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다른 회사 등의 지분증권 20%를 초과하는 지분증권을 담보로 대출한 43건에 대해 금감원장에게 제때 보고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중국농업은행 서울지점도 2018년 12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다른 회사 지분 증권의 20%를 초과하는 지분 증권을 담보로 대출한 9건에 대해 금감원장에 보고를 늦췄다가 발각된 바 있다.

중국건설은행 서울지점은 2020년 7월 전 지점장을 재선임했는데도 기한 내 금감원장에 보고하지 않았다. 지난해 3월 지점장을 해임하고 새 지점장을 선임했는데도 금감원장에 제때 보고하지 않았다가 걸렸다.

중국건설은행 서울지점은 2017년 11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2021년 4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에 각각 38건과 7건의 지분증권 담보대출 보고 의무를 위반했다가 금감원 검사에서 적발됐다.

앞서 지난해 6월 금감원은 중국은행 서울 지점에 대한 검사에서 고액 현금거래 보고의무 위반 사실을 적발해 직원 1명에 대해 ‘주의’ 제재를 내린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서 중국에 진출한 국내 은행의 경우 보고 의무 위반 등으로 거액의 과태료 등 강력한 처분을 받았는데 우리나라는 법규를 위반한 중국 은행들에 대한 처벌이 상대적으로 가벼웠다는 지적에 공감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등에 따르면 중국 금융당국은 지난해 중국 우리은행과 중국 하나은행, 중국 IBK기업은행에 총 1743만 위안(약 31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특히 지난해 9월 중국 국가외환관리국 광둥성 분국이 중국 하나은행에 외화지급보증 취급 소홀로 1576만 위안(28억2000여만원) 과태료를 때렸는데 이는 외환은행과 통합한 하나은행이 출범한 뒤 해외 금융감독 당국이 하나은행에 부과한 과태료 중 단일 건 기준 최대 규모였다.

중국의 부동산 시장이 경색되고 연체율도 급증하면서 부실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중국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제재까지 더해져 우리나라 은행들의 현지 경영환경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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