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희 금융팀 부장.
김대희 금융팀 부장.

[미래경제 김대희 기자] 한국은행이 지난 2월에 이어 이달에도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기나긴 인상 행진이 멈췄다. 이에 금리 인상이 사실상 끝난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떨어지고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점차 줄어드는 데다 갈수록 경기 하강 신호가 뚜렷해지는 만큼 한은이 다시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문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움직임이다. 만약 5월 추가 인상을 단행하면 금리 격차는 1.75%포인트(p) 이상으로 확대되고 원/달러 환율 상승과 외국인 자금 유출 압박이 커지기에 한은으로서는 또 다시 고심에 빠질 수 있다.

이번 기준금리 동결의 가장 큰 배경은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 둔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지수(110.56)는 작년 같은 달보다 4.2% 올랐다. 상승률이 2월(4.8%)보다 0.6%p 하락했고 작년 3월(4.1%) 이후 1년 만에 가장 낮았다.

지난 3월 상승률이 이창용 총재와 한은의 전망보다 오히려 더 낮고 예측한대로 움직인 만큼 무리하게 기준금리를 올려 경기 위축을 부추기기보다는 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면서 물가·환율·경기 등을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가라앉는 경기도 동결에 힘을 보탰고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크레디트스위스(CS) 유동성 위기 등으로 고조된 금융위기 가능성도 영향을 미쳤다.

한은의 연속 동결 결정으로 기준금리 인상이 끝났다고 단정할 수만은 없다. 아직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변수로 남아있기에 추가 인상 가능성 불씨도 여전하다.

미국 연준이 지난달 2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를 0.25%p(4.50∼4.75%→4.75∼5.00%) 올리면서 현재 한국 기준금리(3.50%)는 미국보다 1.50%p 낮다.

1.50%p도 이미 2000년 10월(1.50%p) 이후 가장 큰 금리 역전 폭인데 시장의 예상대로 5월 연준이 베이비 스텝(기준금리 0.25%p 인상)만 밟아도 미국(5.00∼5.25%)과의 격차는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사상최대인 1.75%p까지 확대된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국제 결제·금융거래의 기본 화폐)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크게 낮아지면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커진다는 우려다.

이처럼 금통위의 추가 인상 여지가 남아있는데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은 상황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제 유가도 향후 한은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산유국들의 감산 결정의 여파로 유가가 치솟고 국내 물가가 다시 들썩이면 기준금리 재인상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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