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경제팀 김석 기자.
산업경제팀 김석 기자.

[미래경제 김석 기자] 가학성(加虐性)이란 남을 학대함으로써 쾌감을 얻는 병적인 특성을 말한다. 즉, 타인에게 정신적 또는 신체적 고통을 주는 일종의 성격장애다.

대다수 사람들은 아픔이 있는 사람들이 있으면 통상적으로 가엾게 여기는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남의 아픔을 즐기거나 그 아픔을 조롱하는 이들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배경의 시작은 국내 임플란트 1위 기업인 오스템임플란트다. 2022년 임인년이 밝자마자, 오스템임플란트는 1900억대 횡령 사건에 휘말렸다.

실제로 오스템임플란트의 자금 담당 이모 씨는 잔액증명서 위조를 통해 회삿돈 1880억원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사정기관에 따르면 이모 씨는 코스닥기업 주식 1430억원 어치를 사들인 뒤 2개월여 만에 처분했고, 1kg짜리 금괴 851개를 매입한 뒤 자신의 파주 집에 숨어 있다가 검거된 상태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개인의 단독 범행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 씨 측은 ‘윗선’을 거론하며 공범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오스템임플란트는 주식거래가 정지된 상태이고, 주주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울분을 삼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해당 사건이 일파만파 언론에 공개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오스템임플란트 게시판에는 고가의 음식인 랍스터 사진과 함께 주주들을 비웃는 글이 게시됐다.

해당 글을 작성한 이는 소액주주들이 피눈물을 흘릴 때 직원들은 창립 기념일을 기념하려고 빨간 랍스터를 먹는다고 언급했다. 이후 해당 댓글 칸에 비판이 거세게 일자, 게시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다 못해 분노가 치미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떻게 하면 사람이 그렇게 잔인할 수 있을까. 오스템임플란트를 믿고 투자한 주주들의 심정을 알기나 할까. 

물론, 가학성을 지닌 사람은 ‘블라인드’ 오스템임플란트 게시판에 올린 그 사람뿐만 아니다. 지난해 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온 나라를 술렁이게 했을 때에도 LH 직원들로 추정되는 이들은 온라인상에서 공분을 부추기는 발언을 일삼았다.

당시 LH 직장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내부에서는 신경도 안씀’이라는 제목과 함께 “어차피 한두 달만 지나면 사람들 기억에서 잊혀져 물 흐르듯이 지나가겠지 다들 생각하는 중”이며 “털려봐야 차명으로 다 해놨는데 어떻게 찾을 거임?”이라고 조롱하는 글이 게재된 바 있다. 

이후 경찰에서 해당 글을 올린 이를 검거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아무런 결과물을 내놓지 못했다. 이는 아마도 익명 게시판에 대한 특수성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아니 남의 아픔을 즐기는 이들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남의 아픔을 위로해 주지는 못할망정 익명성을 매개로 가학성을 표출하는 것은 사람이 아니다. 사람이 할 짓이 아닌 악마가 할 짓이고, 이는 인과응보의 법칙처럼 부메랑이 되어 돌아갈 것이다. 

남의 아픔을 위로하고, 안아줄 수 있는 따스한 세상이 되기를 바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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