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경제팀 김석 기자.
산업경제팀 김석 기자.

[미래경제 김석 기자] 세상에는 피할 수 없는 것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죽음이고, 하나는 세금이다. 죽음은 살아 있는 모든 존재가 부정하지 않고 있지만, 세금은 꼭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

소득이 있으면 세금이 있다는 명제를 분명히 알고 있는데도 세금 회피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최근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전 세계 14개 기업에게서 입수한 약 1200만 개의 파일을 검토한 결과 수백 명의 지도자와 힘 있는 정치인, 억만장자, 유명연예인, 종교지도자 등이 지난 25년간 저택과 해변 전용 부동산, 요트 및 기타 자산에 대해 '몰래 투자'를 해왔다고 보도했다.

말 그대로 '판도라 페이퍼스'가 공개된 것이다. 보고서에 등장하는 이들은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총리, 우후루 케냐타 케냐 대통령, 기예르모 라소 에콰도르 대통령 등 전·현직 국가수반 35명도 포함됐다.

한국인으로는 ‘케이팝 대부’ 이수만 SM 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와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생 전경환씨 등 275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수만 프로듀서의 경우 뉴스타파는 이 프로듀서와 SM 관련 홍콩법인 8개 중 5곳이 차명 서비스를 통해 설립됐다는 의혹을 먼저 보도했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홍콩 일신회계법인에서 유출된 고객관리 파일을 토대로 분석한 기사에서 법인계좌 운영을 이씨만 할 수 있으며 그가 법인의 실제 수익소유자(beneficial owner)라는 정보가 담겨 있다. 

이에 대해 SM 측은 즉각 공식입장을 내고 “홍콩 소재 법인은 이 프로듀서 아버지가 한국의 은행 계좌에 보유하고 있던 돈을 적법한 절차를 거쳐 환전, 송금해 설립한 것”이며 “부친의 홍콩 소재 재산은 부인에게 상속됐고 최종적으로는 ‘JG 기독자선재단’에 기부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SM 측은 “이들 법인은 과거 국세청, 금융감독원 등이 진행한 세무조사와 외국환거래 조사에서 불법 운영된 게 아니라는 점이 명백하게 밝혀졌다”고 강조했다.

'판도라 페이퍼스'에 등장하는 이들이 모두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해 탈세를 조장했는지 여부는 아직 확실치 않다. 다만, 과거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가 공개해 온 이들 상당수가 불법의 테두리 안에 있었음이 드러났던 상황을 감안할 때 이번 명단 공개 역시 적잖은 파장을 안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2016년 유사한 내용인 이른바 '파나마 페이퍼스' 공개 당시 이름이 오른 이들 일부는 사임과 수사에 직면하는 등 고초를 겪어 왔다. 

이번에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가 공개한 명단을 보면 일부 국민들은 허탈함을 느낄 것이다. 

이는 어쩌면 역외탈세 비리를 끝낼 수 있는 자들이 오히려 이를 악용해 오히려 더 큰 이득을 보고 있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부와 명예를 다 갖추고도 더 많은 부를 축적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 이들은 어쩌면 죽음을 결코 피할 수 없어도 세금은 피할 수 있다는 생각이 머리 깊숙이 박힌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이제 한 번쯤 그들에게 묻고 싶다. 역외탈세 후 그 간 잠은 편안하셨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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