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희 산업경제팀 차장.
김대희 산업경제팀 차장.

[미래경제 김대희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내세운 ‘상생’이 때 아닌 논란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상생(相生)이란 둘 이상이 서로 북돋우며 다 같이 잘 살아간다는 의미로 우리 사회가 지향해 나가야할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좋은 의미의 상생도 현실에 맞지 않는 옷을 입히고 무리하게 밀어붙인다면 오히려 그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최근 공정위는 상생을 앞세워 대기업 구내식당 업체를 외부에 전면 개방하기로 했다. 이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대기업 직원 사이에서 오히려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들은 큰 규모의 단체급식 경험이 없는 중소업체가 무리하게 2만명 이상 대규모 사업장의 단체급식을 맡게 되면 음식의 질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정부가 대기업 직원의 밥 먹는 문제까지 간섭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일감 개방 명분으로 특정 업체와 거래하지 말라는 것은 엄연한 비즈니스 자율성 침해라는 지적도 있다.

재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5일 삼성·현대차·LG·현대중공업·신세계·CJ·LS·현대백화점 등 8개 대기업 대표를 불러 ‘단체급식 일감 개방 선포식’을 열었다.

수의계약 방식으로 그룹 내 급식업체에 몰아주던 구내식당 일감을 외부에 개방하기로 한 것이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기업의 최상위 상생은 일감 나누기”라면서 “25년간 계열사나 친족기업과 단체급식을 수의계약하던 관행을 바꾸기로 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공정위의 상생 의미는 좋다. 하지만 대기업 직원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단체급식의 현실을 잘 알지 못하고 상생만을 강요한다는 지적이다.

단체급식은 대표적인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영양사와 조리원 등 눈에 보이는 인력뿐 아니라 식자재 구매와 배송 등 보이지 않는 곳에도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다.

이에 급식사업은 수익사업보다 비영리 복지사업에 가깝고 이를 이용하는 직원 입장에서 경쟁력은 단가가 아니라 메뉴의 질과 다양성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기업 급식업체들은 “고품질의 식사는 최고의 복지”라며 급식 종사자의 처우 개선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공정위의 상생 이유로 대기업 구내식당 개방 압박 이후 급식 업계의 일자리 부실화까지 우려되고 있다.

중소업체가 대규모 사업장에 양질의 급식을 제공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중소업체로 전환돼 유지되는 일자리의 질도 기존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중소업체가 급식 사업권을 따내더라도 대형 급식업체의 기존 인프라를 이용하게 되고 이렇게 되면 이원화로 원가 상승, 급식 가격 인상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결국 수의 계약에서 경쟁입찰이 됐지만 당장 경쟁력이 떨어지는 중소업체에 기회는 돌아가지 못하고 대형 급식업체끼리의 경쟁으로 과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오히려 정책 의도와는 달리 중소업체에는 ‘그림의 떡’과 같은 현실성이 떨어진 결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좋은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이번 공정위의 알 수 없는 상생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그리고 이를 이용하는 직원들 어느 누구에게도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초래하는 사태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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