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경제 한우영 기자] 상위 대기업들이 신성장동력 사업으로 2차 전지 사업에 잇달아 진출하고 있다.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과 친환경 에너지 사업이 빠르게 확장되면서 시장 선점에 나서기 위한 물밑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지난 13일 충남 천안에 있는 삼성SDI 사업장을 찾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전영현 삼성SDI 사장을 만나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인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논의했다. 두 총수의 회동은 현대차가 미래 배터리 사업과 관련해 삼성SDI를 유력한 파트너로 삼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장기적으로는 현대차그룹도 자체적인 배터리 기술을 확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배터리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크고 전기차의 '심장' 격인 배터리 기술을 자체적으로 확보하지 못하면 완성차 업체가 배터리 납품사에 의존해야 하는 기형 구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품 계열사인 현대모비스는 SK와 LG로부터 배터리를 납품받아 이를 모듈로 만드는 기술을 확보한 단계다.

글로벌 전기차시장은 4차 산업혁명을 맞아 가장 전도유망한 업종으로 꼽힌다. 조사 전문기관 SNE리서치는 전기차 보급 확대에 따라 5년 뒤면 전기차 배터리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추월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국내 배터리 완제품 시장에서는 삼성·SK·LG가 3강(强) 구도를 형성하고 있고, 장기적으로 현대차 그룹이 배터리를 직접 생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배터리 소재 분야에서는 SK와 포스코, 두산이 시장 선점에 나섰고, 한화와 롯데도 가세하는 형국이다.

일찌감치 시장에 진출한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3사는 대규모 설비투자 및 생산량 확대에 나서고 있다. 특히 LG화학은 올해 1분기 사상 처음 일본과 중국 업체를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도 점유율을 늘리면서 글로벌 4위, 7위를 달리고 있다.

고착화 된 배터리 완성품 시장 진출이 늦은 다른 기업들은 배터리 소재 분야로 눈을 돌리고 있다. SK그룹의 소재 사업을 전담하는 SKC는 지난해 세계 1위 배터리 동박 제조사인 국내 기업 KCFT를 인수해 핵심 사업 구조를 화학에서 모빌리티 소재로 완전히 바꾸었다.

철강업체인 포스코도 미래 신성장 사업으로 배터리 소재를 점찍었다. 이를 위해 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 상업화 생산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포스코케미칼을 중심으로 양·음극재 생산능력을 확충하고 있다. 포스코는 양·음극재 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2030년까지 세계 시장점유율 20%, 매출 17조원 규모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두산그룹도 계열사 두산솔루스를 앞세워 배터리 핵심 소재인 전지박 사업을 키우고 있다. 두산솔루스는 올해 상반기 헝가리에 연간 5만t 생산 능력을 갖춘 전지박 공장을 완공할 예정인데, 이는 전기차 약 220만대에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두산솔루스는 앞으로도 투자를 확대해 생산 능력을 10만t으로 늘릴 예정이다.

롯데와 한화 역시 배터리 시장을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보고 예의 주시하고 있다. 롯데의 화학 계열사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음극재 분야 사업을 하는 일본 히타치케미칼 인수를 시도했다.

과거 배터리 사업을 추진했다가 철수했던 한화그룹 역시 재도전 기회를 물색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를 그룹의 미래를 이끌 신산업 중 하나로 보고 배터리용 소재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한화는 미국 전기차 업체와 배터리 장비 공급 계약을 논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