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3, 작년 수주액 110조원 돌파…자동차 브랜드 전기차 전환으로 수요 급증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를 들고 있는 연구원. (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미래경제 한우영 기자] 최근 국내 경제를 이끌어왔던 주력 사업인 반도체가 주춤하고 있는 가운데 전기차 배터리가 반도체를 이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꼽히고 있다.

14일 배터리 업계와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 등에 따르면 지난해 지난해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110조원을 넘는 전기차 배터리 물량을 새로 수주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말 기준 3사 누적 수주 잔액은 175조원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한국 조선업 수주액의 5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작년 한국 반도체 수출액은 1267억달러(약 141조원)다. 배터리 산업이 머지않아 반도체를 능가하는 주력 산업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이유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가장 먼저 뛰어든 LG화학은 지난해 40조원 이상을 신규 수주한 것으로 추산됐다. 2018년 말 기준 누적 수주잔액은 85조원이다. LG화학은 2017년 말 누적 수주잔액이 42조원이라고 밝혔다. LG화학 누적 수주액 가운데 약 절반을 작년 한 해 신규 수주했다.

삼성SDI도 지난해 40조원 이상을 자동차 업체들로부터 신규 수주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회사의 전기차용 배터리 누적 수주 잔고는 현재 50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후발 주자인 SK이노베이션의 약진도 눈에 띈다. 지난해 말 기준 SK이노베이션 누적 수주 물량은 300기가와트시(GWh)로, 2017년 말 65GWh와 비교해 지난 한 해 동안 무려 235GWh 늘어났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누적 수주 잔액 40조원에 지난해 신규 수주만 30조원 수준이다.

SK이노베이션은 폭스바겐으로부터 북미 수출용 전기차용 배터리 공급사로 선정되는 등 2차전지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8년 1~8월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누적 출하량은 총 428.9MWh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60% 증가하며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업체 중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국내 배터리 3사의 수주 잔액이 수십조원씩 늘어난 것은 자동차 업계 1위 폭스바겐그룹의 차세대 전기차 프로젝트인 MEB 플랫폼에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은 것이 주효했다.

LG화학은 2017년과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유럽향 공급 물량을 따냈다. 삼성SDI도 지난해 유럽향 발주 물량을 LG화학과 나눠 가졌다. SK이노베이션도 유럽과 미주향 물량을 수주하면서 수주 잔액이 크게 늘었다.

이 밖에 LG화학은 제너럴모터스(GM), 르노, 포드, 현대·기아차 등 주요 자동차 제조사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도 다임러, 기아차를 고객사로 확보했다. 삼성SDI는 BMW와 오랜 공급 관계를 맺고 있으며, 지난해 원통형 배터리로 재규어랜드로버 차세대 전기차 프로젝트를 수주해 눈길을 끌었다.

배터리는 선 판매, 후 생산 구조를 수주 산업 특성으로 하고 있다. 수주 산업은 특성상 수주 이후 매출에 반영되기까지 2~3년 시차가 발생한다. 이에 따라 국내 배터리 업계의 전기차 배터리 매출은 2020년 이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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