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 한남3구역 입찰 과정서 금품제공 정황 드러나…건설사 처벌 사례 없어 횡행

한동안 잠잠했던 대형 건설사의 재건축 수주 비리가 다시금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 돈뭉치. [사진=연합뉴스]

[미래경제 한우영 기자] 대형 건설사들의 재건축 수주 금품비리가 다시금 수면위로 떠올랐다. 이번엔 3년 전 '클린수주'를 내세우던 GS건설이 지목됐다. 정부차원에서 재건축 사업 선정과정에서의 금품비리를 없애기 위한 법 개정을 단행했음에도 현장에서는 여전히 암묵적으로 횡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한남3구역 일부 조합원들은 지난해 11월 GS건설의 외주 홍보직원(OS요원)들이 돈다발과 향응을 제공했다면서 같은 달 이들을 서울서부지검에 고소했다. 이어 그 다음 달에는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용산구청에도 같은 내용을 신고했다.

고소·신고 내용에 따르면 GS건설의 외주 홍보직원 2명은 작년 11월 9일 고소인의 아들에게 현금 300만원이 든 봉투를 시공사 홍보 책자에 넣어 제공했을 뿐 아니라, 고가의 식사나 과일 바구니 등의 향응을 일부 조합원들에게 꾸준히 제공했다고 밝혔다.

한남3구역은 총 공사 예정 가격만 1조8880억원에 달하며 강북 지역 역대 최대규모의 재개발 사업으로 꼽힌다.

그동안 조 단위에 가까운 대규모 재건축 및 재개발 사업에는 이 같은 수주 비리가 끊임없이 문제로 제기됐다.

지난 2017년 한신4지구 재건축사업의 시공사 선정 결과를 발표하기 직전 GS건설은 자체적으로 운영한 '매표 시도 신고센터' 접수된 금품 제공 신고 내용을 공개하면서 수주입찰 비리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후 2018년 공사비 2조6400억원 규모로 역대 최대 규모였던 서초구 반포주공 1단지의 수주과정에서 최종 시공사 선정까지 현대건설과 GS건설이 용역업체를 통해 수십만 원짜리 굴비세트나 고급 호텔 코스요리를 제공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에 대한 후속 조치로 경찰이 해당 건설사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한편 2018년에는 재건축 수주 입찰 비리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개정안을 내놓기도 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과정에서 건설사가 금품·향응 등을 제공한 경우 시공권이 박탈되거나 과징금(공사비의 20%)이 부과되고 해당 시·도에서 진행되는 정비사업에서 2년 간 입찰참가 자격이 제한되도록 처벌을 강화했다.

또 홍보업체에 대한 건설사의 관리·감독의무를 부여하고 이를 위반해 홍보업체가 금품·향응 등을 제공한 경우 건설사도 동일하게 시공권 박탈과 과징금 부과, 입찰참가 제한 규정을 적용하는 내용도 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건축 수주 과정에서의 금품제공은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처벌을 강화하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건설사들은 여전히 홍보대행사 단독 행위라며 꼬리자르기를 하고 있고 실질적으로 입찰을 제한한 사례나 처벌이 없었다는 점을 여전히 부정행위가 횡행하고 있는 원인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이번 한남3구역 금품 제공과 관련해 GS건설도 외주 홍보업체에서 벌어진 일이라며 또다시 선긋기에 나서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재건축 수주 입찰 비리 등에 대해 처벌을 강화했지만 건설사들이 홍보대행사를 내세워 금품을 제공하고 있는 것은 공공연한 업계 비밀"이라며 "업체들도 조합원들의 표를 얻기 위해선 일정의 금품을 제공하는 것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재건축 수주 과정에서 금품 제공이 만연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시인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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