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배임액 500억원만 인정…분양전환가 부풀린 혐의 "무죄"

탈세·횡령 의혹을 받고 있는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1심 재판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사진=뉴스1)

[미래경제 한우영 기자] 4000억원대 횡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가장 쟁점이 됐던 민간임대주택 분양가 부풀린 혐의에 대해선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순형)는 지난 13일 이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1억원을 선고했다. 검찰은 앞서 징역12년과 벌금73억원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이 상당부분 무죄이기에 (항소심에서 검찰에 대해) 방어권 보장 필요성이 있다"며 "보석결정을 취소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부는 횡령액 365억7000만원, 배임 156억원만을 유죄로 봤다.

핵심 혐의로 꼽혔던 임대주택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단됐다. 다만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를 위반한 점은 인정했다.

부영은 공공임대주택을 분양 전환하며 ‘실제로 투입한 건축비’가 아닌 ‘표준건축비’(건축비의 상한선)를 기준으로 분양가를 부풀려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부영 측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만 해당해, 민간공공임대사업자인 부영은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쳤으나 재판부는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도 "증명이 부족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이밖에도 아들 회사인 부영엔터테인먼트에 45억원을 대여한 업무상 배임혐의, 자녀들의 해외 주택 매입을 위해 부영주택 자금을 송금하게 만든 배임 혐의, 흥덕기업과 관련한 입찰방해 혐의 등등이 모두 무죄가 나왔다.

재판부는 양형을 밝히기 앞서 "이 회장은 특유의 방식으로 (부영그룹을) 하나의 회사처럼 운영했으며 비상장회사로서 시장 감시나 견제없이 작동된다는 점을 이용해 상당기간 자금을 개인 이익을 위해 사용하거나 심의위원회 위원을 방해하거나 공정위에 허위 자료를 제출했다"며 "기업경영의 투명성과 건전성을 저해하고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회사를 자신의 사유재산으로 여기고 잘못된 사고 방식으로 범죄를 저질렀다"면서도 유죄로 인정된 횡령·배임 피해자들의 손해가 크지 않고 피해회복을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선고 직후 "서민에 큰 피해를 준 중대한 범죄 혐의 일부를 무죄로 판단하면서 책임에 맞지 않는 가벼운 형을 선고하고 나아가 구속수감도 하지 않은 1심 판결은 부당하다"며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함께 재판에 넘겨진 이종혁 부영 전무, 이 회장 셋째아들 이성한 부영엔터테인먼트 대표에는 각각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200~240시간을 명했다. 이 회장 조카 유상월 흥덕기업 대표는 징역 2년을 선고하고 2282만원 추징을 명령했다.

이 회장은 지난 2004년 회삿돈 27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부영 주식 240만주와 188억원 상당의 국민주택채권을 회사에 돌려주겠다고 밝혔지만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 1450억원 상당의 주식을 본인 명의로 전환해 개인세금을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일가소유 부실 계열사에 2300억원을 부당 지원하고, 서민 임대아파트 분양전환 과정에서 분양전환가를 부풀려 서민들에게 금전적 피해를 안긴 혐의도 있다. 또 매제에게 188억원의 퇴직금을 이중 지급하고 부인 명의 업체를 통해 계열사 자금 155억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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